‘최첨단’ K-라면 전진기지...‘신라면의 고향’ 농심 구미공장을 가다[르포]

입력 2024-11-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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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ㆍ환경ㆍ안전 인증…지역 상생에도 힘 보태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의 포장 라인. (사진제공=농심)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의 포장 라인. (사진제공=농심)

“겉은 조금 낡았어도 속은 아주 최첨단입니다.”

1일 찾은 농심 구미공장에서는 1분에 600개의 신라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신라면 봉지가 기계 위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입 벌리고 보고 있자,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장은 자부심에 찬 목소리로 ‘최첨단’을 강조했다. 김 공장장의 말처럼 공장 건물은 다소 노후화됐지만 내부는 말끔한 새 설비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공정에는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돼 작업자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 전경. (사진제공=농심)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 전경. (사진제공=농심)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은 1990년 9월에 지어져 35년째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4만2266㎡(1만2907평) 부지에 16개의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이곳은 신라면의 국내 생산량 75%를 책임지는 ‘신라면의 고향’이다. 하루에 360만 개의 신라면이 만들어지고, 연간 생산금액은 8000억 원대로 올해 8300억 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곳에서 라면은 8단계를 거쳐 탄생한다. 먼저 △밀가루와 배합수를 섞어 반죽을 형성하고 △반죽을 눌러 넓은 면대로 만든 후 △이 면대를 롤러로 아래위에서 밀어주면 속도 차이 때문에 꼬불꼬불한 면이 된다. △꼬불꼬불한 면을 스팀에서 찐 다음 △익힌 면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틀에 담는다. △틀에 담긴 면을 170도 기름에 튀기고 △너무 뜨겁지 않게 일정 온도로 식힌 후 △면과 분말스프, 후레이크를 같이 포장해 완제품이 탄생한다. 밀가루에서 라면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35분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꼬불꼬불한 면이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영상=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꼬불꼬불한 면이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영상=연희진 기자)

이날 라면 제조 공정 현장에서는 작업자를 많이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공정에서는 기계가 홀로 돌아갔다. 포장 공정에서 가서야 신라면 봉지를 검수하는 작업자들이 눈에 띄었다. 김 공장장은 “한 타임에 60~70명 정도 작업자가 일하는데, 포장 공정에만 48명가량이 배치됐다”며 “포장은 면이 둥글게 잘 만들어졌는지, 스프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등 인간의 섬세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틀에 담긴 면이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영상=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틀에 담긴 면이 공정을 통과하고 있다. (영상=연희진 기자)

농심 구미공장은 ERP(전사적자원관리), MES(제조실행시스템), WMS(창고관리시스템), PLM(제품라이프싸이클관리) 등이 적용된 스마트팩토리다. 원료 공급부터 생산에 이르는 과정에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 공장장은 “품질, 환경, 안전 시스템 인증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생산 환경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2010년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딥러닝이 도입됐다. AI 기술을 통해 입실 전 위생 검사를 철저히 하고, 면·스프 모양이 적절한지 검사하고, 포장 후 잘 밀봉됐는지 확인한다. 정해진 수량에 맞춰 만들어졌는지, 소비기한 표시는 적절한지, 포장지 인쇄상태는 양호한지 등 AI가 꼼꼼히 살핀다. 김 공장장은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편이고, 구미공장의 고속라인에서 기술 도입 효과를 확인하면 다른 공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농심 구미공장은 지역상생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심은 구미시 소재 기업 중 매출 순위 10위로, 지역 경제효과는 연간 4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누적 근무자가 6500여 명에 달하는 등 고용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구미시와 함께 ‘구미라면축제’를 부흥시키며 기업과 지역사회 상생의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김상훈 구미공장장이 지역 상생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김상훈 구미공장장이 지역 상생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구미시는 다른 지방 도시처럼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산업도시다 보니 관광 인프라가 부족해 외지인들이 구미를 찾는 경우가 적었다. 구미시장은 구미시 활성화 방안을 고심하다가 시의 대표 식품기업인 농심에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머리를 맞댄 끝에 ‘갓 튀긴 라면’을 활용해 축제를 기획하기로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최근에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구미를 자랑할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신라면 공장’이 우리 구미시에 있다고 하자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며 “국내 1조 식품 브랜드가 비비고와 신라면밖에 없는데, 이 신라면 공급을 맡는 게 바로 구미공장이다. 농심 구미공장, 구미라면축제 등을 통해 구미가 K푸드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공장장은 “공장 견학에서도 최근에는 외국인 대상 견학이 반도체에서 라면으로 바뀌고 있어 구미시 주도 견학 필수코스가 됐다”며 “지역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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