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베트남, 캐나다, 영국, 호주, 캄보디아, 일본….
혼인통계상 한국 여성들과 결혼하는 외국인들의 국적 순위다. 이 순위가 결정되는 가장 큰 변수는 다름 아닌 '한국 여성'의 '출신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24일 통계청 인구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 간 혼인은 4659건이다. 기타·미상을 제외한 남편 국적은 미국(1380건), 중국(750건), 베트남(586건), 캐나다(310건), 영국(166건), 호주(151건), 캄보디아(137건), 일본(125건) 순이었다.
그런데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 간 혼인 중 1176건(25.2%)은 한국인 아내가 ‘귀화 한국인’인 사례다. 귀화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 간 혼인에서 남편의 국적은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3개국에 85.2%(1002건)가 몰렸다. 베트남(491), 중국(397건), 캄보디아(114건) 순이다.
특히 한국인 아내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남편 간 혼인 중 68.0%는 아내가 귀화 한국인인 사례다. 아내가 귀화 한국인인 비율은 중국인 남편과의 혼인이 52.9%, 베트남 남편과 혼인은 83.8%, 캄보디아 남편과 혼인은 83.2%다. 이는 남편 국적이 다른 나라인 사례와 대비된다. 귀화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 간 혼인은 남편 국적별로 미국 23건, 캐나다 1건, 영국 1건, 일본 1건에 불과하다. 남편 국적이 호주인 경우는 없다.
이처럼 귀화 한국인 아내와 특정 국가 남편 간 혼인이 많은 배경 중 하나로는 짧은 혼인 기간이 지목된다.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한국에 2년 이상 머물거나,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 후 3년이 지나고 혼인 상태로 한국에 1년 이상 머물면 간이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5년 이상 한국에 합법 체류해야 하는 일반귀화보다 요건이 간소하다.
한국인 남편과 혼인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하면 자신의 출신국 남성을 한국으로 불러 혼인하는 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상황도 발생한다. 파키스탄 출신 여성 A씨의 경우 한국인 남편과 혼인 후 본국에 들어가 다른 남성과 다시 결혼을 했다. 그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하자 한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본국 남편을 한국으로 불러 혼인신고를 했다. 이 여성은 법무부로부터 귀화가 취소된 데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만, 귀화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 간 혼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가정폭력 등 한국인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한 뒤 재혼한 사례, 이혼 후 국내에서 본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와 만나 자연스럽게 혼인한 사례 등이 많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에서도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인과 혼인하는 게 하나의 사회 현상일 때가 있었고, 이를 소재로 영화도 만들어졌다”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결혼을 통해서든 취업을 통해서든 한국에 오려는 사람이 는다는 걸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한국인 간 혼인이 지배적”이라며 “일부 국제결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사회문제로 확대해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