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등 이유로 더딘 D램 수요
내년 AI 디바이스 교체 본격화 예상
삼성‧하이닉스 등 D램 캐파 확대 전망
시장 수요가 끊이질 않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달리 범용 D램 시장 상황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에도 D램의 과잉 공급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D램 제조에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D램 수요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시장 상황은 수요가 약화하고 공급은 증가하면서 과거 침체기와 유사한 가격 급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D램은 공급 과잉 현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9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8월 대비 17.07% 떨어진 1.7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승하다가 올해 8월부터 하락세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수요 대비 D램 생산율은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PC와 모바일 등 디바이스 교체 주기 시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약화 등의 이유로 디바이스 교체가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고, D램 재고가 쌓이며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교체 주기 전망을 내년 하반기로 늦추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PC와 윈도우12 론칭으로 내년 하반기에 교체 주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HBM의 시장 거래 가격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D램과 달리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HBM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HBM 주요 수요처인 엔비디아는 AI 칩 프로세서를 B100에서 B200으로 변경한다. B100에는 8단 HBM3E가 들어가지만, B200은 12단이 들어간다.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수요가 주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미래를 내다보고 D램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업들은 각각 D램 관련 생산 능력(캐파)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파운드리로 쓰이는 P4 페이즈1(Phase1) 공간 절반을 활용해 월 6만 장 이상의 캐파를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M16 증설 및 낸드를 제조하던 M14를 D램 생산으로 전환해 월 7~8만 장의 캐파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도 현재 월 20만 장 수준의 캐파를 내년 말까지 30만 장으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내년 말 기준 전체 D램 시장 캐파의 약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