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생기면 당연히 좋기야 한데, 언제 될지 모르잖아요. '일주도로'를 생각하면…2026년에 완공될지는 두고 봐야죠."
"비행기 다니면 관광객도 편하겠지만 주민도 좋지. 섬 노인네들 제일 걱정이 아픈 거야. 그것도 겨울에. 응급환자 문제나 생활이 조금 나아지지 않겠어?"
25일 경북 울릉군 일대에서 본지와 만난 군민, 관광객들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사동항 인근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에 강한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동 편의를 대폭 개선할 하늘길이 처음 열리는 데 따른 관광객 증가·지역경제 발전 가능성과 군내 긴급상황 신속 대처 등이 용이해진 것은 주요 기대 지점이나, 기정사실화한 개항 지연,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걱정이 병존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배편으로만 입도 가능한 울릉도는 강릉항·포항항 등에서 쾌속선 기준 3~4시간을 가야 한다. 서울에서 고속철도(KTX) 등을 이용해 각 항구로 향하면 울릉도까지 약 7시간 걸리는데, 울릉공항이 들어서면 이동시간은 1시간으로 줄고 심각한 뱃멀미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종합병원이 없는 군내 열악한 의료 접근성도 개선된다.
울릉읍 도동에서 30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강모(65)씨는 "울릉보건의료원이 있긴 하지만 대형병원은 아니다"라며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종합병원 가라고 할 때가 있다. 여름은 배편이 괜찮지만 겨울에 아프면… 공항이 생기면 이동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뱃멀미로 고생했다는 박모(40대·여)씨는 "울릉도에 처음 왔는데 들어갈 때 파도가 너무 쳐서 앞으로 배 타고는 다시 못 올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공항 생기면 무조건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릉공항은 2014년 국토교통부의 건설기본계획 수립 후 2020년 11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마치고 바로 착공에 들어갔다. 길이 1200m에 폭 36m인 활주로, 계류장(13개소) 등 공항시설은 부산지방항공청이, 여객터미널(3772㎡)과 관리·관제소(2808㎡), 주차장(193면) 등 여객시설은 한국공항공사가 맡는다. 시공사는 DL이앤씨 외 8개사, 총사업비 8050억원 규모(전액 국비)에 사업 기간만 13년(2014~2026년)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사동항 인근 가두봉 절취(74만9000㎥) 등 해안 매립을 통해 방파호안, 활주로 등 50인승 소형항공기 운행 공항을 신설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다만 사업 진행 후 50인승 항공기 제작이 중단되면서,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형항공운수사업 좌석수를 현행 50석에서 80석으로 완화하고 착륙대 폭도 140m에서 150m로 확대하기로 했다. 1300m인 착륙대 길이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개항만 하면 5년 내 울릉공항 이용객만 80만명대로 예측된다는 것이 시공사인 DL이앤씨 측의 설명이다. 연간 울릉도 방문객이 40만명대인 것을 고려하면 공항 수요까지 100만명을 가뿐히 넘어서는 셈이다. 지난해 울릉도는 40만8000명이 찾았고, 올해도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들기 직전인 6월 말 현재 19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철강 등 자재 수급 난항, 최근 인명사고에 따른 공사 중단 등 겹악재로 2026년 개항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재길 DL이앤씨 울릉공항현장소장은 이날 울릉군청에서 가진 환경부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공사 지연 이유에 대해 "대부분 바다에서 이뤄지는 해상공사다. 울릉도 기상여건으로 작업일수도 적다"며 "철강, 레미콘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복합 요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대걸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완공이 2027년 이후로 지연될 확률이 아주 높다"며 "기본적으로 자재 가격이 올라 수급이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8일 가두봉 절취공정 중 토공 붕락으로 현장 근로자 1명이 사망해 공사가 전면 중단된 것과 관련해선 "현재 고용부 조사 중이고 빠르면 이번 주 중 심의를 통해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공사는 같은달 22일부터 재개됐지만, 육상공사는 아직 멈춰선 상황이다. 공사 재개 여부를 가르는 심의를 앞둔 탓에 출입기자단의 현장 출입도 불발됐다. 결국 사동항 인근 조망점에서 한산한 공사 현장을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47.4%.
울릉도 주민들은 첫 하늘길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 매년 '희망 고문'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지역 경제 발전과 생계 등을 위해 공항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관광객 증가와 전반적인 관광 인프라 조성에 따른 불가피한 자연 훼손 가능성을 걱정했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카페를 운영한다는 박모(39)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다들 '일주도로'가 금방 다 뚫릴 거라고 했는데 마흔이 다 돼서야 끝났다"면서 "공항이 일주도로처럼 10년 20년 더 걸리면 안 될 텐데,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현장에서 사고까지 나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숙원 사업인 일주도로는 2019년 전 구간 개통까지 55년 걸렸다.
북면 나리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연모(58) 사장은 "울릉도가 관광도시가 돼야 먹고살기 때문에 공항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자연경관이 훼손될까 걱정된다"며 "자연을 최대한 지키면서 관광객을 많이 실어오는 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면 도에서 헬기를 띄워주거나 군함을 타게끔 해주는데 불편한 점은 있다"고 했다.
울릉항공 이용료도 관심사다. 도동의 한 식음료점에서 만난 60대 신모씨는 "푯값이 어떻게 책정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주민한테는 저렴하게 하겠지"라고 말했다. 항공료는 제주도민이 받는 할인율보다는 높을 전망이다. 제주도민 할인율은 항공사, 성·비수기, 평·주말에 따라 다른데 통상 5~30% 수준이다. 단 인구 67만명 규모인 제주도에 비해 울릉도는 불과 9000명 수준으로 수혜 범위 자체가 적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통화에서 "먼 섬에 있는 공항인 만큼 울릉도 주민 운임 할인 적용률은 제주도 수준 이상이 될 것"이라며 "규모가 다르니 가격면에서 융통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