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하도급법을 악용, 우회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서 피해가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설립한 현지법인들 간의 거래에 대해서도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수급사업자로 함께한 협력업체들이 따라가 현지서 법인을 설립한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받지 못해 많은 갈등을 빚는다. 설립 자체는 외국법에 따라 설립했고, 현지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건설하는 현장에 국내 하도급 업체들이 따라가서 대금, 시공 등 문제와 관련해 하도급법 이슈가 생기는 데 형식적으로는 관할권을 벗어난 사안이기 때문에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법적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계속해오다가 그대로 따라 나가서 현지 법인만 설립하고, 계약 체결이나 협상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 주관하고, 근로자 파견 등도 모두 국내 법인 소속 근로자들이 나가서 일하며, 실질적으로 운영, 관리도 국내 법인이 하고 이익도 국내 모 기업에 귀속된다면 외국 기업 간의 하도급 거래와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형식적으로 외국에서 설립했으니까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안 된다면 이는 입법적인 공백”이라며 “하도급법을 회피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우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할권 충돌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현지 업체와 하도급 계약이나 인력 계약 등을 하면 노동법이든 상법, 조세법이든 모두 현지 법 적용을 받는 것이 맞다”며 “이런 부분은 각국이 비슷한 규범들을 다 갖고 있어서다”고 짚었다. 그런 경우에까지 국내법을 적용하면 현지의 법 집행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 되고 국가 간 관할권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한국 특유의 하도급법은 그 나라에서는 규율되지 않는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역외적용 영역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범위를 확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같은 데 달리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똑같은데 설립 법인만 달라서 하도급법을 면제받는 부분이 포커스고, 현실적으로 똑같은데 다르게 취급하는 것 자체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역외 적용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 교수는 “공정거래법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행위라도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 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이 있으면 좋은데 하도급법에 없다. 그렇지만 법의 보호 목적 등을 봤을 때 공정위가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해석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문제가 됐을 때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을 통해서도 제한적인 조건을 달아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외 사업자의 행위라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먼저 세워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