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책무구조도 도입의 의의 및 향후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부통제에 있어 운영위험 인식의 중요성은 이미 관련 문헌과 해외 감독당국에서 강조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책임 강화를 위해 임원의 책무구조도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한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임원 직책별로 책무,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문서(책무체계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오 연구위원은 “사고 유형별 위험요인의 세부적 인식은 책무배분의 논거를 금융기관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스스로 확립해 나가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금융상품 판매에 회사간 제휴와 협업이 더욱 보편화되고 있어 분업형태 등에 따라 위험요인별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위험요인의 다양성은 고려하면서도 사고에 따른 책무 배분은 소수 임원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오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책무 배분이 너무 파편화되면 다시 임원의 책임의식이 줄어들고 사고 발생 시 사실상 모든 임원진에 책임을 묻게 되면서 금융기관과 당국의 규명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은 앞으로 제출될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기관이 운영위험요인을 어느 정도로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책무 기술 및 배분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사 등 CEO의 총괄 관리 의무를 더욱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CEO가 책임져야 할 시스템적 실패의 의미를 인식된 위험요인을 바탕으로 최대한 분명히 정의하고, 이해상충 등으로 인해 임원 간 정보공유나 협력이 어려울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CEO의 관리책무를 더욱 구체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책무 기술의 구체성에 대한 적정 수준 도출도 필요하다. 책무 기술이 너무 단순화되면 사실상 책무가 선언적 성격에 그칠 수 있어 책무 구조도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유사시 책임을 명확히 묻기 어려운 기존의 한계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무구조 외에도 각종 사고 발생을 상정한 시나리오 분석 등 금융기관의 운영위험 식별의 구체성 및 관리 여부를 판단할 만한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책무구조도 도입이 제재보다 ‘예방’에 방점을 두기 위해서는 전사적 내부통제 비용을 가늠하고 이를 토대로 기관별로 갖춰야 할 내부통제의 합리적 수준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위원은 “전사적 내부통제 비용 파악은 사고 발생 시 임원의 제재 및 인센티브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원칙중심 규제 아래 내부통제 기준, 이행 여부의 적정성과 합리성 등에 대한 법적 해석 모호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도 책무구조도 활용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