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은행도 1.72%p→0.44%p로 하향
미국 인플레로 금리인하 지연설 고개
연준과 다른 길 가면 인플레 압박 커져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인용해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통화정책회의부터 금리를 총 0.7%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2주 전만 해도 누적 금리 인하폭에 대한 전문가 예상치는 평균 0.88%p였다. 연초에는 1.63%p에 달했다. 그만큼 시장에서 ECB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당초 전망보다 느리고 완만하게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금리 인하폭 전망치도 연초 1.72%p에서 2주 전 0.56%p, 최근 0.44%p로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뉴욕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고민은 전 세계적인 차원의 문제이며, 다른 중앙은행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면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져 유럽 경제에 부담을 주고 다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전월의 2.5%는 물론 시장 전망치(2.6%)를 웃돌았다. 근원 PCE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줄곧 하향 추세를 이어오다, 2% 후반대에서 고착화 현상을 보이며 연준 목표치 2%를 계속 웃돌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연초까지만 해도 연준이 3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점쳤던 시장의 전망은 최근 1~2차례 인하 정도로 수정됐다. 일각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향후 12개월 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나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유럽 경제가 미국과 같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지 않다며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연준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 달러 강세, 유로화·파운드 약세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 ECB 연구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은 내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상승률을 약 0.3%p 올릴 수 있다.
일부 EU 정책 당국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이 ECB의 통화정책에 장애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25일 “미국의 긴축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는 금리 인하 주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