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실적 감소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보다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삼성전자는 R&D 투자액이 가장 많았다.
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R&D 비용을 공시한 224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R&D 투자액은 73조42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7조1413억 원)보다 6조2825억 원(9.4%) 증가한 수치다.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 투자액은 오히려 더 늘린 셈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도 2022년 3.07%에서 2023년 3.39%로 1년 새 0.32%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 기업 중 R&D 투자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28조3528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4236억 원(13.7%)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이 14.3% 감소했음에도 투자액은 20조 원 이상이었다.
뒤를 이어 LG전자(4조2834억 원)와 SK하이닉스(4조1884억 원)가 4조 원 이상이었고, 현대자동차(3조9736억 원), 기아(2조6092억 원), LG디스플레이(2조3995억 원), LG화학(2조857억 원), 네이버(1조9926억 원), 현대모비스(1조5941억 원), 카카오(1조2236억 원) 순으로 투자액이 많았다.
이들 상위 10위 기업의 R&D 투자액은 조사 대상 기업 전체 투자액의 71.8%를 차지했다.
지난해 R&D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도 삼성전자였다. 이어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각 6330억 원(18.9%)과 4462억 원(20.6%)을 늘리며 나란히 2·3위를 차지했다. 4위는 3057억 원(17.2%)을 늘린 LG화학, 5위는 2464억 원(6.1%)을 늘린 LG전자였다.
반면 지난해 R&D 투자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4조18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69억 원(14.6%) 줄었다.
R&D 투자 감소액 2위는 넷마블이다. 넷마블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873억 원(21.8%) 감소한 67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셀트리온은 지난해 R&D 투자액(3427억 원)을 전년 대비 697억 원(16.9%) 줄이며 3위에 올랐고, 한국항공우주가 437억 원(21.1%) 줄이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