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중국 의존 심화와 중국의 자급화 가속화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적자 구조가 지속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간한 '2023년 중국 대외무역의 특징과 한·중 무역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1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대중국 수출(-19.9%)이 수입(-7.6%)보다 크게 급감한 탓이다.
대중국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적자를 낸 것은 한ㆍ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국 무역흑자 품목인 반도체(HS8542)를 제외할 경우,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1년에 이미 적자로 전환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간 반도체 외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주도해온 중간재의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입의존도(22.2%)는 처음으로 수출의존도(19.7%)를 상회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의존도는 2015년 정점(10.9%)을 찍은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6.3%로 내려왔다. 한·중 간 상호 수입의존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간재 및 핵심광물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최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0.7%에서 2023년 67.0%로 늘었다. 핵심광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공중보건 등 공급망 핵심품목의 수입 비중은 52.6%에서 57.9%로 확대됐으며 이중 핵심광물 비중은 4.0%에서 6.5%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간재 수입의 대중국 의존도는 24.6%에서 28.8%로, 공급망 핵심품목은 16.5%에서 19.5%로 증가했다. 특히 핵심광물 의존도는 14.0%에서 21.6%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대용량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흑연, 리튬, 희토류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주요 광물자원(K) 역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글로벌 ICT 경기 악화로 중국의 ICT 수입이 급감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및 무역수지가 악화됐다"며 "여기에 대중국 수출경쟁력 약화, 중국 수입시장 내 경쟁력 저하 및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 등의 요인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 간 괴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국 의존 심화와 중국의 자급화 및 수입선 다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대중무역의 적자 구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새로운 산업 수요에 대한 우리의 공급 능력 및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주요 광물 생산국과의 다각화된 국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