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미래에 대한 확신

입력 2024-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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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에서 내려 병원으로 가다 시간 여유가 있어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봅니다. 엉덩이가 따뜻해집니다. 버스정류장이 겨울에는 난방이 되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되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좋다,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호강을 과연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마음 한편에 없지 않습니다. 호텔 같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등산로나 트레킹코스에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설치해 놓은 데크로드에서도 같은 심정입니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마치고 나면 골프장에나 있던 에어건으로 바지와 신발의 먼지를 말끔하게 털어내는 것은 덤이고요.

이렇게 좋은 나라에 살면서 진료실에서 아픈 어린이들을 진료할 때 이 아이가 장차 어른이 됐을 때도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행복한 나라일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저만의 기우일까요? 제가 소아청소년과를 하고 있는 곳은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가깝습니다. 하여 내원 환자의 7할은 외국인이고, 내국인은 3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거의 아이들을 2명씩 두고 있지요. 평균적으로 내국인이 외국인들보다 경제력이 더 좋을 텐데도 말입니다.

물어보면 그네들 대부분은 한국이 자기나라보다 좋다고 대답합니다. 뭐가 좋으냐고 다시 물으면 물가 빼고 다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나라를 ‘헬 조선’이라고 할까요? 미래에 대한 확신, 미래에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입니다. 외국인들은 자기네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행복하다는 확신이 있는 거고요. 장차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왜 연애를 안 하고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겠습니까.

저출산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지요. 정교하고 총체적인 정치경제적 제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할 텐데, 돈이면 다 해결될 것처럼 행정, 입법, 지자체가 앞다투어 돈을 주겠다는 일차원적인 정책을 내고 있으니 어찌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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