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비례 순환' 도입…연대 논의 과정서 논란 일 듯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현행 준연동형제로 하고 야권 연대를 명목으로 '준(準)위성정당' 창당 방침을 밝히면서 4년 전과 같은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재대결이 유력해졌다. 야권 일각에선 비례 당선인 임기 4년을 반씩 쪼갠 '2년 순환제'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직능 대표성 강화 등 취지로 도입된 비례제가 의석 나눠먹기를 위한 꼼수로 점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야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자체 준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전날(5일) 기자회견에서 준연동형제 유지와 정권 심판에 동의하는 '민주개혁선거대연합' 바탕의 '통합형 비례정당' 창당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이런 내용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이 정당 득표율에 비해 적으면 모자란 의석 50%를 비례대표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당시 병립형(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배분) 유지를 주장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도 가세(더불어시민당)하면서 양당이 비례 47석 중 36석을 가져갔다. 양당에 의해 제도 자체가 형해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준연동형 유지를 전제로 '국민의미래'라는 이름의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었던 만큼 이러한 구도는 4년 전과 같은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시민당을 꾸리면서 소수정당·시민사회 등 비민주당 인사를 비례 앞순번(1~10번)으로, 나머지 순번은 민주당 인사를 공천했다.
결국 위성정당이라는 허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준연동형이 4년 전에 이어 또 등장하게 된 셈이다. 민주당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준위성정당 추진을 여당 탓으로 돌리며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를 무력화하고 민의를 왜곡하려는 여당의 꼼수에도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여당의 반칙에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준위성정당을 추진하게 돼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민주당이 공천 실무를 주도할 위성정당에는 새진보연합·녹색정의당 등 군소야당의 선거용 연대체가 우선 합류 대상으로 거론된다. 새진보연합은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이, 녹색정의당은 정의당과 녹색당이 각각 총선을 매개로 연대한 정당이다.
이 중 녹색정의당은 지난달 28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례 2년 순환제'를 의결했다. 녹색정의당 소속 비례 당선자가 임기 시작 2년 뒤 직을 사퇴하고 비례 후순위에게 잔여(2년) 임기를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선순위 당선자는 의정활동으로 쌓은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2년 뒤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비례 1석을 2명이 2년씩 나눠쓰는 방법으로, 당 안팎에선 "기득권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만약 녹색정의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할 경우 해당 제도는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정당 공천과 무관한 인사라 해도 녹색정의당 소속이면 2년 뒤 사실상 자체 비례 승계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례제 무력화 책임을 위성정당을 추진하는 거대양당에 돌렸다. 양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소수정당 생태계는 다당제 강화라는 기존 취지와 반대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편법에 편법이 더해지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비례제가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며 "거대양당부터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쓰고, 국민들이 그 편법에 동의하듯 표를 주니 비례 의석을 바라는 소수정당은 거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옥 정치경제연구소 민의 소장은 "양당이 비례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선출된 소수당의 비례대표는 모정당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위성정당 굴레 속으로 몰아넣어 소수당이 스스로 기반을 닦고 자생,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