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 낀 매수자…아파트 매물 한 달 새 2만 개 더 쌓였다

입력 2024-01-31 16:19 수정 2024-01-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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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2만 건 이상 늘어나는 등 아파트 시장의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반등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데다 여전히 집값이 높다는 인식이 강해 수요자들이 매수보다는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의 아파트 매물은 53만4977건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말보다 1만9946건(3.9%)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매물이 늘었다. 증가 폭은 충북이 8.3%(1만2988건→1만4069건)로 가장 크다. 전남(7942건→8403건), 전북(1만3769건→1만4474건), 경북(1만9248건→2만164건), 강원(1만3558건→1만4123건), 인천(3만2513건→3만3848건)도 평균을 웃도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매물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기도로 14만325건에서 14만5423건으로 5098건 증가했다. 서울도 7만5117건에서 7만7850건으로 2733건 확대됐다.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작년 초 5만~6만 건 수준에서 9월 7만 건대에 올라섰고 11월 초 8만 건을 넘어서면서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20년 상반기 8만 건까지 치솟은 적이 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작년 7월까지는 7만 건을 넘기지 않았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적극적이지 않은 가운데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6~9월 4000건 안팎까지 올라갔다가 10월 2983건, 11월 2417건으로 떨어졌고 12월에는 1790건까지 내려왔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4분기 정도부터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그나마도 본인들이 원하는 조건과 가격이 아니면 집을 볼 생각을 안 한다"며 "집 주인들도 가격을 깎아주려 하지 않아 접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흐름이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아 수요자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집주인들은 이미 가격이 빠진 상태라 물러서지 않고 있어 양쪽의 시각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현재 89.909(1월 22일 기준)로 최근 5년 내 고점인 2022년 6월 6일 100.76보다 10.8%가량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 평균 매매가격으로 보면 2022년 11월 12억3761만 원에서 이달 11억5419만 원으로 6.7% 떨어졌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물론 지역별, 물건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통상 서울 전용 84㎡는 10억 원 안팎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여전히 이보다 높은 수준이라 수요자들의 가격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시장에 적체된 매물은 연말·연초란 계절적 비수기가 지나고 선거철이란 특수 상황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거래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데다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총선 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자극할 다양한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 유인책과 고금리·고분양가에 부담을 느끼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대출 규제 등이 포함된다면 거래가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가격과 분양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이 뒷받침된다면 청약에서 기존 주택시장으로 넘어오는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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