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행수지(수입-지출) 적자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대폭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 수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2000만 명대에 진입하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를 크게 웃돈 탓이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 급증은 국내 내수 경기 부진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내국인의 관광 수요가 해외가 아닌 국내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여행수지(잠정)는 12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7억7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5억1000만 달러 증가했고, 전월(-6억4000만 달러)보다 두 배 늘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난 내국인이 현지에서 지출한 돈이 방한(訪韓)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작년 1~11월 누적 기준으로는 적자 폭이 더 급증했다. 이 기간 여행수지는 112억9000만 달러 적자로 코로나19 여파로 출입국이 제한됐던 2020년(-58억2000만 달러), 2021년(-62억3000만 달러), 2022년(-79억3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특히 작년 1~11월 적자는 코로나19 사태인 2019년(-118억7000만 달러) 수준에 육박한다. 여행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지난달을 포함하면 작년 연간 적자가 2019년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처럼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완화로 해외 여행에 나선 내국인 수가 방한 외국인 관광객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에 기인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11월 누적 해외 여행 내국인은 2030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6만 명(293.4%) 늘었다. 이는 2019년(2871만 명)의 71% 정도로 4년 만에 2000만 명대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265만8744명(275.9%) 늘어난 999만5000명으로 2019년(1750만3000명)의 57%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더 확대되면 해외로 유출되는 돈이 그만큼 늘어나 국내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소비될 돈이 해외에서 쓰여져 현지 관광국의 내수만 진작시킨다는 얘기다.
올해 고물가ㆍ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년(1.9%)보다 낮은 1.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해 실효성 있는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내국인의 관광 수요가 해외로 향하지 않고 국내 여행 수요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국내 주요 여행지의 인프라 및 관광 상품 정비 및 개발, 여행 경비 할인 및 지원 등의 다각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글로벌 관광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한류 등 우리나라 관광 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해외 홍보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