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예정 차량 포함해도 목표 대수 못 미쳐
“까다로운 매입 기준으로 물량 확보 어려움”
임직원 대상으로 물량 확보 나서
현대자동차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여가 지난 가운데 올해 목표였던 5000대 판매를 달성하지 못할 전망이다. 까다로운 매입 조건 때문에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현대차 인증중고차 애플리케이션 등록된 중고차 대수는 총 695대다. 브랜드별로 현대차가 445대, 제네시스가 250대를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확보된 차량은 현대차 158대, 제네시스 97대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과 판매를 위해 준비 중인 차량 대수를 합치면 총 951대다. 이는 현대차가 사업 시작 당시 제시했던 올해 판매 목표치인 5000대의 5분의 1 수준이다.
같은 날 기아의 인증중고차 앱에 등록된 중고차 수는 358대다. 역시 기아가 밝힌 목표 판매 대수인 3000대에 크게 못 미친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물량 부족으로 연내 목표 달성은 힘들 전망이다. 매입 조건을 까다롭게 두다 보니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초등록일 기준 8년, 총 주행거리 12만㎞ 미만의 무사고 차량만 매입하고 있다. 기아는 5년, 10만㎞ 이내의 차량만 매입한다. 270여 항목에 걸친 정밀진단도 통과해야 한다. 현대차나 기아의 신차를 계약한 고객이 타던 차량만 매입하는 것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물 확보가 중고차 사업 시작 이후 본격화됐다”며 “엄격한 품질 검수 기준을 적용해 까다롭게 차량을 상품화하고 있어 생산 능률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차는 임직원들을 통한 물량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 직원들은 2년마다 자사 차량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차량 교체 주기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현대차는 최근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직원 내차팔기 서비스’를 홍보하며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상품성이 높은 차량만 매입하는 것에는 신뢰도 확보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고차의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중고차 가격을 높게 유지할수록 중고차보다는 신차를 구매할 요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지 약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사업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첫해이므로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차를 사고 5년 이내에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다만 해가 갈수록 물량 확보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