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고 있음에도 당국의 자산형성 정책은 ‘청년’에만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청년세대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 마련을 위해 자산형성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청약저축통장과 청년도약계좌를 연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8일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애주기 자산형성 지원사업의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자산형성 지원사업이 대부분 청년층에 치중돼 있다면서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재배분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제활동 시기를 고려했을 때 미성년·20대 청년기 ‘소득적자’에서 중년기 ‘소득흑자’로 이동했다가 노년기에는 다시 ‘소득적자’로 전환된다”면서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는 전 생애에 걸쳐 소득을 안정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도달 연수가 오스트리아가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일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해 한국은 7년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노인들의 처분가능소득을 국가별로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만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 연구위원은 생애주기에 걸쳐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해외 사례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싱가포르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200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0~6세 아동을 위한 아동발달계좌를 도입하고 아동이 7세가 되면 미사용 잔고를 대학교육계좌로 이전해준다. 또한, 이 계좌의 미사용 잔액은 계좌 소유주가 30세가 되면 은퇴 후 연금, 교육, 의료, 주택구입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앙적립기금계좌로 이전된다.
우리나라도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는 정책상품은 다양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반기 ‘청년희망적금’을, 올해 상반기에는 ‘청년도약계좌’를 내놓는 등 청년층 자산형성에만 정책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년을 위한 자산형성 사업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청년내일저축계좌’, 고용노동부의 ‘내일채움공제’가 있다.
그러나 청년 외 연령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상품은 미비하다. 나이에 따른 가입 제한이 없는 자산 형성 사업은 ISA 계좌와 개인퇴직연금(IRP)뿐이다. ISA 계좌는 5년 뒤 만기 자금을 IRP로 옮기면 10%(최대 30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미사용 잔액을 전환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없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운영 중인 자산형성지원사업을 연계하는 것은 생애주기 자산형성 사업체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청년 자산형성 사업 만기 수령금 중 일부를 주택청약저축에 입금할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산형성사업을 통해 축적된 자산이 미성년 아동의 육아비로 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자산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자산형성사업 가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출산 및 육아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