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10곳 중 7곳 “복수의결권 활용”…실제 도입까진 ‘허들’ 높아

입력 2023-11-16 14:48 수정 2023-11-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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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벤처기업협회)
(출처=벤처기업협회)

# 인공지능(AI) 테크 스타트업 A 대표는 사업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도 경영권을 지키려 복수의결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시작부터 어려움에 봉착했다. 기존 주주들 일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다.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향후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70.8%는 향후 복수의결권주식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의 특례로 하나의 주식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자금조달을 위한 투자를 받으면서도 창업주의 의결권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날 벤처기업협회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 의향과 애로사항 파악을 위해 벤처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예정인 기업 중 절반가량은 3년 내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즉시 도입하겠다는 기업은 4.4%(9개)였고, 1년 이내 13.1%, 3년 이내 30.1%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발행요건 충족’ (31.1%), ‘총주주 동의’(29.4%), ‘주식대금 납부’(18.9%), ‘보통주 전환’(10.3%) 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주이면서 누적투자 100억 원, 마지막 투자 50억 원의 투자유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 투자에 의해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해야 한다.

투자 규모, 지분율 변화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주식을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전망이다. 다양한 사정으로 발기인 등록을 하지 못한 창업주도 제도 도입을 바라만 봐야 한다.

또 가중된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동의)로 정관을 개정한 후, 가중된 특별결의로 복수의결권 신주를 발행하도록 했다.

A 대표는 “창업주의 경영 방향과 주주들 사이에서 마찰이 안 일어나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시장이 어렵거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쉬워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B 대표는 “실질적으로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의결권이 약화하는 부분을 동의해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납입 대금 조달도 부담이다. B 대표는 “주식대금을 금전으로 낸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억~수십억 원의 현금을 가진 대표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업주가 보유한 보통주로 납입하기는 더 어렵다. 총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다. A 대표는 “투자 규모가 커지고 운영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기관투자자만 수십 개고, 개인투자자도 많아질 수 있다”며 “연락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총주주의 동의를 받기 불가능한 곳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업계는 제도 안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제도의 효용성을 보여주면서 향후 보완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어렵게 도입된 만큼,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글로벌 벤처에 도전하는 벤처기업이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며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지속해서 건의하고, 제도 도입을 위한 컨설팅 등을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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