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무담보 채권 모아 입찰키로
NPL 정리작업에 속도 붙을 듯
첫 매각…치열한 눈치작전 전망
저축은행중앙회가 여러 저축은행의 연체 채권을 모아 민간 부실채권(NPL) 업체에 ‘공동매각’을 추진한다. 정부가 민간 투자사에게도 부실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혀줬지만 전혀 진도가 없자 ‘자구책’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연체율이 치솟는 등 저축은행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NPL 정리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저축은행 및 NPL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4분기 규모가 적은 개인 무담보 NPL을 보유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공동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유동화 방식으로 중앙회에서 여러 저축은행의 NPL을 모아 한 번에 입찰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계법인 컨소시엄으로 삼일·삼정·한영회계법인 등 3개사를 선정했다. 현재 3사는 NPL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쟁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 중이다.
중앙회가 공동매각 추진에 나선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저축은행의 연체채권 매각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7월 저축은행의 무담보 연체채권을 5개 민간 NPL업체에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수할 NPL 업체로는 우리금융 F&I·하나 F&I·대신F&I·키움F&I·유암코 등 5개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규모와 가격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넉달 동안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NPL 업체들은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연체 채권을 매입하길 원하고 있다. 그간 NPL 업체들이 주로 거래했던 시중은행의 경우 매각 규모가 대출 원금 기준 700억 원에서 1200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 담보가 있어 NPL 업체가 경매를 통해 담보물을 매각하면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규모가 100억 원에서 150억 원에 불과한 데다 담보도 없어 인력과 수수료 등을 투자한 만큼 금액을 회수하기 어렵다는게 NPL 업체의 설명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 정리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총 6조1330억 원으로 1년 새 60.5%(2조3111억 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말한다.
업계는 이번 공동매각을 통해 부실채권 정리작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첫 매각이다 보니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한 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지가 관심사”라면서 “자산유동화 방식의 공동매각에서 높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다면 NPL채권 민간투자사에 자산유동화 방식의 매각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연내에 저축은행들의 NPL 매각에 대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NPL업체 관계자는 “개인 무담보대출 매각을 하는 건 처음이라 어느 정도가 적당한 가격인지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 공동매각에 참여할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참여하면 수수료도 내야 하고, 평가를 하는데 용역을 맡기는 등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추이를 보고 참여하려고 한다”면서 “공동매각 규모가 커지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