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의료계도 이견…내부 갈등 커져

입력 2023-10-26 16:05 수정 2023-10-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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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대 정원 수요조사’ 통해 확대 규모 정할 계획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올해 6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정 간 합의된 것처럼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또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합의가 아닌 증원 수에 대한 협의’라는 식으로 언급해 의협 집행부가 밀실 협의를 통해 합의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6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는 질문에 “300명 선에서 합의가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인원인 350명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본다고 하는데 맞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의협은 “그간 개최된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해 전혀 합의한 바 없다”며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등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치인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현 의협 집행부가 의대 정원 확대는 동의했으며, 구체적인 증원 규모도 어느 정도 합의한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0차례 이상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는데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나 국회에서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에 집중했다. 의대 정원을 먼저 늘리고, 수가 조정,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데 누가 믿겠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얼마나 늘릴지를 늦게 발표하는 것이 현 이필수 의협 회장이 탄핵당하지 않게 정부가 봐주는 것 아닌가 의심도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 발표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 실시를 공식화 했다. 발표에 따르면 복지부와 교육부 합동으로 26일부터 약 4주간 각 대학교에 교원과 시설 등 현재 교육 역량과 향후 투자계획, 증원 수요를 조사한다. 이어 11월부터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서면검토와 현장점검을 시행,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고, 지역 의대 신설도 지속 논의할 예정이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수요조사’는 이해 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지자체나 지역 정치인 등 의대 정원 확대를 마냥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된다면 조사의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어떠한 논의에도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했다.

전국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여 년간 동결됐던 의대 입학정원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적 수요를 감안해 필요한 경우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면서, 40개 의과대학과 긴밀히 소통하는 전문가 기구가 필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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