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脫)플라스틱 흐름에 높은 시장 성장성까지 담보
‘탈(脫)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세척, 분쇄하는 기계적 재활용보다는 화학 반응을 통해 원료를 회수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글로벌 음반 제작업체 소노프레스와 함께 순환 재활용 페트(CR PET)로 만든 레코드판(LP판)을 공동 개발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폴리염화비닐(PVC)을 대체해 음반 제작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화장품 용기에도 순환 재활용 기술이 접목되는 추세다. 최근 LG화학은 아모레퍼시픽과 친환경 패키지 개발·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LG화학이 재활용, 열분해유, 바이오 기반의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하면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포장재로 사용한다. SK케미칼도 에스티로더와 순환 재활용 솔루션 공급에 관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6월 풀무원과 친환경 포장용기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하반기부터 풀무원 두부 용기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플라스틱을 물리적·화학적으로 재활용한 소재(PCR)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등을 통합한 친환경 소재 브랜드 ‘에코시드(ECOSEED)’를 출범했다.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며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2050년 6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는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2019년 이후 연평균 6%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한 축인 친환경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성까지 챙길 수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인 ‘울산ARC’를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약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울산ARC는 고순도 PP(폴리프로필렌) 추출, 해중합, 열분해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모두 갖춘 단지로, 한 해에 32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다.
LG화학은 내년까지 충남 당진에 연산 2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을 짓는다.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초임계 기술을 적용해 그을림 없이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렇게 생산된 열분해유를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2024년까지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2공장에 해중합 공장을 신설하고, 11만 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부수는 기계적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친환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향후 시장 성장성이 큰 만큼 조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