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압승, 野에 독될까…더 굳어진 이재명號

입력 2023-10-1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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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진교훈, 與에 17.15%p↑ 압승…정권심판론 박차
민주 "尹정권 폭주 심판…총리·법무장관 파면부터"
이재명 체제 공고化…비명계 탈당→분당 관측도

▲<YONHAP PHOTO-2999> 이재명 대표,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23.10.9 [공동취재]    xyz@yna.co.kr/2023-10-09 18:40:23/<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999> 이재명 대표,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2023.10.9 [공동취재] xyz@yna.co.kr/2023-10-09 18:40:23/<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내년 4월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전초전으로 불린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만큼 이재명 대표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일각에선 보궐선거 승리가 지나친 총선 낙관,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 격화 촉매가 돼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는 56.52% 득표율로 직전 구청장을 지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누르고 당선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17.15%포인트(p).

강서는 민주당 텃밭으로 불릴 정도로 친야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역구(강서갑·을·병) 현역 3명 전원 민주당 소속이고, 지난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보다 이 대표의 득표율이 더 높았다.

더구나 이번 보궐선거가 김 후보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열리게 된 만큼 민주당 낙승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6·1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내준 강서를 1년 만에 탈환하게 되면서 민주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정권 심판론이 통한 것으로 보고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자 새로운 강서구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을 돌린 이 대표 체제는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한 비명계의 당내 입지는 더욱 축소됐다. 이미 친명 지도부 내에선 소위 '가결파'에 대한 징계·공천 불이익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택에서 단식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는 당무 복귀를 앞두고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며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비명계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친명계에 구체적인 '비명계 압박 자제령'을 내리지 않고 원론적인 통합만 언급해서다.

때문에 공천이 희박해진 비명계가 탈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는 30~40명으로 추산된다. 만약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 이상이 동반 탈당하면 그대로 분당 수순이다. 총선 직전 분당 충격파를 고스란히 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장 기각으로 이재명 체제가 완성됐고, 완성된 이재명 체제가 보궐선거 압승으로 공고화된 단계"라며 "분당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 같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국 공천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진) 국민의힘이 바뀌고, 민주당이 선거 결과를 과대 평가하면 이긴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며 "보궐선거는 6개월 남은 총선 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실제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고강도 쇄신을 약속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전면 쇄신할 경우 선명한 친명 단일체제가 됐지만 내홍의 불씨가 남은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궁지에 몰린 비명계도 우선 낙관 경계론·선(先)혁신론을 내세우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체제로 이겼으니 내년 총선도 압승이라고 생각하면 민심 쇠몽둥이가 날아올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 외에 직전까지 잘한 것이 뭐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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