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까지 ‘일석이조’ 효과
CJ제일제당이 해외 자회사를 연이어 매각하며 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한 진열 재정비에 나섰다. 해외 자회사 매각으로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회사는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보유 지분 전량(66%)을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의 브라질 자회사에 매각한다. CJ셀렉타는 사료 원료로 쓰이는 농축대두단백(SPC) 분야 세계 1위 가공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1320억 원이다.
CJ제일제당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약 2800억 원을 들여 CJ셀렉타 주식을 확보했는데, 불과 4~6년 사이 보유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것이다. 매각 예상액은 4805억 원이다.
CJ셀렉타는 지난해 그룹 바이오 부문 호실적을 이끈 알짜 자회사이지만 사업 재정비 차원에서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을 사료·식품첨가제로 대표되는 그린바이오 위주로 추진해 왔는데 최근에는 신약 개발 등 레드바이오로 다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지 3년 만인 2021년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천랩이 이름을 바꾼 CJ바이오사이언스는 사람 몸속에 있는 미생물 생태계를 활용해 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조 원의 투자금이 든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도 주력 계열사 외 자회사 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아미노산∙솔루션 제품 중심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며 이번 매각은 이같은 방향성에 따라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결정됐다”며 “매각 대금은 사업 경쟁력 강화 등에 쓰일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7월 중국 식품 자회사인 지상쥐(吉香居) 보유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약 3000억 원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지상쥐 지분 60%를 약 385억 원에 인수했었다.
매각 대금은 투자 재원과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2021년 148.4%에서 지난해 말 160.3%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적정선인 100~200% 사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0년 말 이후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개선에 나선 것.
올해에는 실적까지 시장의 기대치보다 부진한 상황이라 매각이 더욱 절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김정욱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부진은 점차 완화되지만 해외바이오·사료 부문의 래깅 타임(실적 반영 지연 효과)과 소재 부문의 원재료 부담 고려 시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4분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