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시장이 美 증시 급등에 힘입어 1400선을 탈환하며 연중 최고치까지 경신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8일)는 주택경기 회복 기대를 높이는 경기지표와 건설자재업체의 호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주요지수가 3% 내외의 폭등세로 마감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5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가 전월의 14에서 16으로 상승,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의 2위 주택건설자재업체 로우스는 기대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며 최근 머리를 들던 경기 우려감을 잠재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매수 의견' 제시 역시 금융주들의 투자심리를 북돋았다.
뉴욕증시의 급등에 고무되어 1410선에서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든든한 매수 지원을 받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을 늘려나간 끝에 전일대비 41.53p(2.99%) 오른 1428.21p로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사자'에 나선 외국인이 428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견인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143억원, 1351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96계약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941억원) 위주로 297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급등하는 증시의 눈치를 살피며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00원 내린 1249.50원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이 미국발 훈풍에 일제히 강세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연중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닛케이지수가 2.78%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항셍지수(3.06%), 가권지수(1.18%), 상해종합지수(0.90%), 싱가포르지수(3.83%) 등이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트로이카株 끌고 IT株 밀고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등의 주가전망 상향조정 등 금융시장 낙관론이 부상하면서 금융주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주택지표 호조에 건설주들도 환호했다.
KB금융(6.22%)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외환은행(5.76%)과 하나금융지주(5.58%), 신한지주(3.98%), 기업은행(3.91%), 우리금융(3.86%) 등의 은행주와 동양종금증권, HMC투자증권(이상 상한가), 한화증권(8.82%), KTB투자증권(7.40%), 교보증권(7.34%), 미래에셋증권(7.26%) 등의 증권주들이 무더기 급등세로 마감했다.
금융주와 연동성향이 강한 건설주들도 미국 주택 관련 지표 호전 소식에 GS건설(7.24%), 경남기업(10.98%), 대우건설(6.03%), 중앙건설(5.31%), 금호산업(5.03%), 두산건설(4.53%), 현대산업(3.80%) 등을 중심으로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외국인은 금융(+1725억원), 전기전자(+1249억원), 건설(+384억원) 업종 매수에 주력했다.
시가총액 상위 IT주들의 강세는 이날 지수의 안정적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삼성전자가 2.52% 오르며 57만원대를 회복했고 하이닉스는 유동성 리스크 해소와 하반기 D램 업황 개선 기대로 8.58%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밖에 LG전자(4.59%), LG디스플레이(3.29%), 삼성SDI(2.09%), 현대차(4.05%) 등 트로이카주들의 활약과 달러화 약세에 주눅들었던 IT 자동차 등의 수출주들이 이날은 트로이카주들과 함께 오르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증권(4.88%), 금융(4.39%), 건설(4.35%), 기계(4.26%), 철강금속(4.10%), 운수장비(3.50%), 전기전자(3.06%) 등의 상승폭이 컸고, 통신(0.07%)과 의약품(0.40%), 비금속광물(-0.33%) 등은 부진했다.
기타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포스코(4.61%)와 한국전력(2.69%), 현대중공업(3.49%), LG(3.72%) 등 대부분 업종 대표주들이 고르게 상승한 반면, SK텔레콤(-0.28%)과 KT&G(-0.57%) 등 경기방어적 성격의 일부 시총상위주들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234억원) 주도로 1.61% 오르며 13거래일 연속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개인 주도의 지수 상승이라 태웅(-0.95%)을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이 한종목도 오르지 못한 가운데, 키움증권(6.95%)과 소디프신소재(3.37%), 태광(2.54%), 평산(4.59%), 성광벤드(3.81%) 등이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정부의 자전거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묻지마 랠리를 펼쳤던 자전거 테마주들의 경우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에이모션 등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한국형 원전 수출 기대감에 원자력 관련주들이 들썩거렸다. 보성파워텍과 모건코리아, 이엠코리아, 비엠티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한양이엔지(13.59%), 비에이치아이(6.08%), 일진에너지(4.56%), 한전KPS(4.14%), 두산중공업(3.96%) 등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유동성 건재' 과시
유동성 시험대에 올랐던 뉴욕증시가 급등세를 기록하며 유동성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S&P500지수가 기술적 변곡점에서 클로징 마루보즈에 가까운 장대양봉을 기록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높여줌에 따라 기존의 상승추세를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이날 급등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지였던 주택시장의 회복 가능성, 카드 연체로 삐걱거렸던 금융주들의 투자의견 상향조정에 따른 안도감 등이 배경으로 분석됐지만, 이는 빌미일뿐 실제 3월 이후 랠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풍부한 유동성(수급)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 유동성의 힘을 확인했다고 해서 흥분해서는 곤란하다.
세달째 진행되고 있는 랠리는 패닉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급락했던 주가를 일정수준 되돌리는 복원과정일뿐이므로 지난 두달과 같은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금융리스크 완화(금융시장 안정) = 경기회복'의 공식이 즉각 성립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인식이다.
버냉키 의장의 말대로 금융지원책들이 당초 계획한대로 효과를 내준다면 올해말부터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색됐던 신용이 풀리고 있을뿐 한번 신뢰를 잃은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의 경제회복 전망은 대부분 완만한 '나이키형'의 회복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기, 신용 모두 최악의 국면을 통과했고 유동성이 풍부함에 따라 향후 증시가 쉽게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속도조절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증시 과열의 징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발견되고 있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그 후유증이 우려된다.
▲신용융자잔고 급증
S&P500지수가 1월 전고점, 경기선(200일) 등에 밀려 박스권 기간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증시가 간헐적인 조정을 보일 경우 13일 연속 랠리를 펼치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하락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1년6개월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랠리가 지속되는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향후 증시가 어느순간 피로를 노출하며 조정국면에 진입할 경우 무리하게 빚을 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개인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머니게임 양상을 보이던 자전거 테마 선도주들은 이틀째 급락세다.
코스피시장 역시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양시장을 합친 신용융자 잔고는 4조원대를 향해가고 있다.
증시가 변곡점에서 의미있는 반등을 보여준만큼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되,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불어난 개인 선호주들의 비중은 줄이고 외국인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겨냥해 대거 매수하고 있는 금융, IT株 비중을 늘려나가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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