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사망 재해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총 '도급 시 산업안전 규제방식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도급사업장 안전관리의 실행력을 높일 방안을 정부가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경총은 우선 현행 산안법의 도급 정의 규정에 따라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없거나 낮은 용역·위탁업무 등도 원청의 관리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경총은 이에 "현장 안전관리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도급인의 사업목적 달성에 있어 본질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업 일부를 타인에게 맡긴 계약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현장 안전관리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도급인과 발주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 판단 기준을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서 관리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원청의 관리범위도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배·관리의 범위를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해로운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거나 특정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의 도급 시 정부의 사전승인을 거쳐야 하는 현행 제도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경총은 "산재예방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도급금지와 중복규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도급승인 제도의 폐지를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청근로자와 고용관계가 없고, 지휘·감독도 할 수 없는 원청에 사망사고 시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매우 과도하다"며 "원청의 역할 및 책임 수준에 비례하는 벌칙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도급 시 산업안전규제는 선진국과 달리 원청의 관리대상을 매우 폭넓게 규정하고, 하청이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조치까지 원청이 책임지도록 했지만, 현재까지는 뚜렷한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도급규제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 모색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청의 책임 범위를 다르게 규정한 중처법의 시행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장 안전관리의 실행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산안법 외에 중처법상의 도급규정도 개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