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정상회의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기념비적 외교”라고 평가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별히 평가할 성과가 없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경제 외교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 대해 “경제성과 창출과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지지 호소 등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인도네시아와의 원전 핵심 광물 계약, 필리핀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에 대해 “원전 세일즈에도 적극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녹색기후기금(GCF) 추가 공여나 우크라 재건 지원 등의 약속에 대해서도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그에 걸맞은 공여국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외교사뿐 아니라, 세계사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윤 대통령이 러시아에 러-북 협력 우려와 질책을 전했고, 한‧미 혈맹의 공고함을 다졌다며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를 다졌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야권의 정부 규탄 집회에서 나온 말이 부적절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야권 4당이 주도한 지난 토요일 서울 도심 집회에서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왜놈’이라는 막말과 탄핵 (시사) 발언도 나왔다”며 “모욕적 막말과 근거 없는 탄핵이라는 아무말 대잔치를 위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피해를 끼치는 행태는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날 오후까지도 윤 대통령의 순방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이나 평가는 없었다. 이번 순방이 다자 회의 참여에 의의가 있는 데다 평가를 할 만한 독자적인 성과 혹은 실책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다자 회의 참석이기 때문에 독자적 성과를 내는 그러한 순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하시지 않을까 했지만, 별 게 없었다”며 “오히려 눈에 띈 것은 관례적으로 ‘한중일’이라고 하던 것에서 ‘한일중’으로 바꾼 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가 간 비중을 나눠 순서를 매기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냐”며 “익숙한 표현대로 그냥 쓰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적대시하는 태도가 외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치외교로 선진국외교를 표방하지만, 이념만 남아 진영만 나누는 외교가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다른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전반적으로 무난한 순방”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아세안 블록에서의 성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중일-북중러 구도가 공고해지면서 다자 회의나 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게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상황으로 특별한 성과나 대응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 총리와의 회담 등을 언급하며 “서로가 실리적 관계를 놓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눈에 띄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