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1년 가까이 두드렸던 ‘가계대출 갈아타기’의 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31일부터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저금리로)’ 대상에 가계신용대출도 포함키로 하면서다.
저금리로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시기에 연 7% 이상 받은 대출을 최대 연 5.5%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사업자 대출로 모자라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쓴 자영업자들은 프로그램 시행 초기부터 지원 대상을 가계대출까지 넓혀달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개편안은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화답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실제 저금리로 시행 이후 이달 24일까지 실행 금액은 약 1조 원에 그쳤다. 전체 목표 공급액인 9조5000억 원의 10.5% 수준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 없고 실효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대환대출 대상 확대가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빚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려면 살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대부업체로까지 손을 뻗었던 차주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각지대가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신용대출이 사업자금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차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취급 창구에 제약이 있다는 점도 들여다볼 사안이다. 가계신용대출의 대환은 대면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사업자 대출 대환이 가능했던 토스뱅크에서는 신용대출을 갈아탈 수 없다. 카카오·케이뱅크는 사업자 대출도 여전히 ‘참여 검토 중’인 상태다.
정비된 저금리로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적된 사안들의 충분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사업 용도지출금액 확인·심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소외되는 자영업자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개편안 시행 후 공급 여력과 수요를 꼼꼼히 따져보고 신용대출 대환 한도 확대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9월 말 종료되는 상환유예 등으로 자영업자의 빚 무덤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됐다. 결국 터질 수밖에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금리로’는 당국이 촘촘히 짜야 할 안전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