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처음 공개된 서아현 감독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의 시작이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서 감독은 친구 송강원의 커밍아웃으로 전에 품어본 적 없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 감독은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K-장녀’로 자란 모범생으로서 신앙과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양립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마침 가까운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세계관의 지진’을 느꼈다”고 했다.
‘퀴어 마이 프렌즈’는 뮤지컬 배우를 꿈 꾸던 주인공이 페이스북에 돌연 ‘하느님을 믿는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백한 일, 군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군으로 들어간 사연, 다시 주한미군으로 파견돼 한국 생활을 지속하게 된 시간 등 평범치 않은 그의 20대 시절을 밀접한 거리에서 관찰한다.
서 감독은 작품에 삽입한 보수단체의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송강원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나도 저기에 속한 사람이지는 않았을까 스스로 질문하게 됐다”고 영화의 시작 계기를 전했다.
무려 7년 간 이어진 촬영은 두 사람의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지속된다. 주인공이 사랑을 시작하고, 독일로 거처를 옮기고, 예상치 못한 일로 미군을 조기 제대하는 등의 굵직한 변화를 쫓아가며 때로는 내밀한 감정에 근접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인공 송강원은 “독일에서 갑작스럽게 제대를 하고 미국 뉴욕에서 지내던 때 처음으로 내 모습을 찍는 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자유롭게)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내밀하게 느끼는 지점이었는지 그 장면을 찍는 게 유독 힘들었던 것 같다”고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작품 전체 분량에서 서 감독이 언급한 ‘세계관의 지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성 소수자의 삶이라는 낯선 세계를 '친구'라는 프리즘으로 다시 보게되는 좌충우돌을 기대하게 하는 초반 전개와 달리, 중반부부터는 오랜 시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서 감독 자신의 고민이 겹쳐지는 등 방향을 선회한다.
서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어느 순간 송강원을 성소수자라는 박스 안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퀴어 친구를 타자화, 대상화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면서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라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결론까지 이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촬영 기간의 고민을 전했다.
또 “송강원이 퀴어로서 한국 사회에 속하지 못했다면, 나 역시 비혼 여성이자 정규직이 아닌 청년으로서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면서 “각자의 이유로 이 사회에 자리잡지 못하는 두 사람이 그 와중에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으로서 기록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퀴어 마이 프렌즈’, 9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8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