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작 개봉을 연이어 앞두고 모 영화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해 비슷한 시점에 영화를 개봉한 또 다른 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관객 입장이 아니라, 관객이 돈을 지불하게끔 해야 하는 감독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이다.
공들여 만든 내 작품을 더 싼 값에 팔기라도 해야 한다는 걸까. 올린 영화표 값을 다시 내리라는 단순무식한 주장은 아니다. 값을 올렸다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시설 개선이나 서비스 고도화가 뒤따라야 돈 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영화관은 퇴행한 감이 있다. 옆 사람 팔꿈치 움직임까지 느껴지는 다닥다닥 붙은 좌석은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된 ‘우리 집 영화관’ 보다 나은 점이 없다. 현장 예매라도 해야 하는 날에는 매점과 매표소를 정신없이 오가느라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기 어려운 영화관 직원을 애타게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극심해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영화관의 ‘명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시장의 논리는 동정심을 따르지 않는다. 감염병으로 불가피한 손해를 본 영화관 사업자가 안타깝기는 해도 그들을 ‘도와주러’ 영화관을 찾을 관객은 거의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올해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리고 ‘범죄도시3’의 사례처럼 여전히 영화관에서 봐야 할 만한 작품이 있을 때는 과감히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영화관 매출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70% 수준까지 회복됐다.
불씨처럼 살아있는 이들 관객의 생명력을 보다 뜨겁게 불태워주려면, 영화표 값의 가치에 부응하기 위한 부단한 고민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 큰돈을 쓸 수 없다면 좌석 간격을 넓혀 1인당 점유 공간부터 늘려주는 비교적 손쉬운 시작부터 권한다. 시야가 왜곡되는 좌우 양극단 좌석의 실제 판매율을 고려하면 못 해볼 도전은 아니다. 지금 영화관 사업자에게 필요한 건 ‘어찌 됐든 오른 값은 한다’는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