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수업의 장' VCM 활용 …기업 위기 속 빨라지는 3세 승계 시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3세 승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일본 롯데파이낸셜의 수장을 맡았다는 것은 롯데그룹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신 상무는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8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 롯데그룹 하반기 VCM에 신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도 참석했다. 신 상무의 VCM 참석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다.
VCM은 롯데그룹 경영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주요 사업군별 총괄대표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만큼 다양한 사업들을 한 눈에 살필 수 있어 신 상무의 참석에 경영 수업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신 상무의 행보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에 몸을 담고 있지만 계열사 등으로 경영의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신 상무는 최근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본사를 직접 방문해 사업 협의를 위한 논의를 담당 임원들과 나누는 한편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현장을 챙겼다.
신 상무는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 임원에 오른 지 1년도 채 안 돼 경영까지 맡게 됐다. 신 상무가 롯데 계열사 대표직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롯데파이낸셜의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에 선임된 바 있다.
이날 열린 VCM은 신 상무가 각 계열사 사업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배우는 '경영 수업'의 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다만 유독 이날 회의는 롯데그룹의 재계 순위 하락 등 경영 위기감 속에 열려 한층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계열사 대표들도 VCM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향후 하반기 사업 전략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다만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의 발언에서 롯데그룹을 감싸고 있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VCM 논의 의제를 묻자, 강 대표는 “아무래도 굉장히 경기가 어렵다 보니 (각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각 분야에서) 내실을 기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현 상황은 올 상반기보다 침울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와 현금 창출 능력 하락으로 롯데 케미칼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 또한 잇따라 뒷걸음질 쳤다.
게다가 재계 순위 5위 자리도 13년 만에 포스코그룹에 내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 원이다. 전년 대비 6.6%가 증가했지만 롯데그룹은 포스코그룹(132조1000억 원)에 밀리며 재계 순위 6위로 추락했다.
여기에 ‘36년 정통 롯데맨’ 이완신 롯데그룹 호텔군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지난 12일 돌연 사임하면서 수뇌부의 분위기도 싸늘하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완수할 적임자로 평가받던 인물인 만큼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돌아보고 해외 사업 전략, 효율적 투자 집행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또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 디지털 변혁 등 기업 경영 환경 변화를 촉진하는 외부 요인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