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값 내렸지만…원유 가격 등 '발목'
여름철 소비가 늘어나는 아이스크림, 생수에 이어 커피 가격도 전년 대비 치솟고 있다. 커피 재료인 생두값은 하락세지만 라떼류 등에 들어가는 원유는 오를 조짐이라 당분간 제품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커피(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24.15로 전년 같은 달(111.34) 대비 11.5% 상승했다.
커피 물가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 106.32였던 물가는 2분기 111.21, 3분기 110.13으로 오른 뒤 4분기 110.8로 소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물가 지수가 다시 122.44까지 뛴 후 2분기까지 오름세다.
카페 등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커피 또한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물가 지수는 106.44로 전년 동월 105.07과 비교해 1.3% 소폭 상승했다.
폭은 크지 않지만 외식업체 커피 또한 꾸준한 상승곡선은 그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03.17이었던 물가는 2분기 104.92, 3분기 105.22, 4분기 105.56으로 올랐고 1분기에는 106.19로 집계됐다.
반면 커피 원재료인 생두 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세다.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생두 수입 가격은 지난해 7월 톤(t)당 5472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생두 수입 가격은 톤당 4323달러로 최고가 대비 21% 하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지난해 2월 파운드당 2.58달러까지 올랐던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도 현재 1.60달러까지 떨어졌다. 하락률은 37.9%에 달한다.
생두 가격은 앞으로도 저렴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상기후로 브라질 날씨가 따뜻해져 커피 수확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23~2024년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이 6.9%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은 커피 가격 인하에 대해 아직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커피 제조업체들이 생두를 보통 1년 단위로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 생두를 다 사용하기 전까지는 커피값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먼저 확보한 생두를 다 소진해도 다른 원재료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라떼 제품 등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원유 가격은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통해 정하는데, 낙농가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원유 가격은 리터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될 예정으로, 이는 지난해 리터당 49원이었던 인상 폭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업계와 낙농가가 제시한 중간 수준인 80원 내외에서 원유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생두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아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