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곧(?)’ 그렇게 될 거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정보처리 속도에서 기존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양자컴퓨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배달 차량은 교통상황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최적 경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고, 이로써 도착 시간의 불확실성도 현저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곧’은 언제를 뜻하는 걸까? 알 수 없다. 솔직히 말해 현재로선 양자컴퓨터가 언제쯤 상용화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 컴퓨팅 방식의 미래를 마냥 보랏빛으로만 그릴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 기술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로 우선 ‘큐비트(Qbit)’를 든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유용한 계산을 위해 필요한 큐비트 수에 도달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2021년에 ‘퀀텀(Quantum)’지에 발표된 스위덴 왕립공과대학과 구글 연구소의 공동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개키 암호시스템(RSA)이라고 불리는 최신 암호화 방식을 8시간 안에 해독하려면 최소 2000만 큐비트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세계 최대 규모라 불리는 IBM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는 433에 불과하다. 게다가 IBM의 다음 목표가 10년 안에 10만 큐비트의 컴퓨터 개발이라고 하니 갈 길이 참 멀다.
큐비트 숫자를 늘리는 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에 앞서 우선 큐비트의 의미를 잠시 살펴보자. 큐비트란 양자컴퓨팅의 정보처리 최소 단위이다. 고전적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단위로 비트(Bit: Binary Digit)는 0이나 1 중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다.
이에 비해 양자컴퓨터의 세계에서는 0과 1이 공존하는데 이를 ‘퀀텀 비트(Quantum Bit)’ 혹은 ‘큐비트(Qubit)’라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0 또는 1의 두 가지 값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0과 1을 동시에 지닐 수도 있다. 양자정보 단위에서 큐비트는 동시에 여러 개의 값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 큐비트는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를 0과 1의 선형 조합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를 일컬어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중첩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의 증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큐비트가 32라고 하면 2의 32승, 즉 80억 개의 중첩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이만큼의 데이터 순열을 모두 한눈에 보고 처리할 수 있단 의미다.
그런데 큐비트 수의 증가가 연산 속도를 급속히 높이는 장점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큐비트 간의 상호 작용이 복잡해지면 계산 속도와 함께 계산 오류 역시 증가한다.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는 인간만이 아니라 기계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인가 보다.
그리고 연산을 수행하는 기본 요소를 게이트라 하는데, 큐비트 수가 커질수록 게이트 간의 상호작용이나 제어도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목적지로 가기 전에 들를 곳이 많다면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 외에도 소음이나 온도 등 환경이 큐비드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 기술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잘 이 장애물들을 넘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