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만 손해?…제조업 영향 불가피”
편의점들이 물가 안정을 위해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 가격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제조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들이 납품가 조정 없이 자체 마진을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프로모션 등 전례를 볼 때 간접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이달부터 돼지바, 빠삐고 등 아이스크림 제품 15종 가격을 20~25% 인상했다. 반면 편의점들은 롯데웰푸드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GS25는 15종, CU는 10종, 세븐일레븐 13종, 이마트24는 14종이 그 대상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부터 아이스크림 공급가격 인상을 예고해 왔다. 타사 대비 3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그동안 아이스크림을 판매했기 때문에 손해를 더 이상 감수할 수 없어 가격을 올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아이스크림 가격은 크게 뛰었다. 한국물가정보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3사(롯데웰푸드·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모두 지난해 대비 일반 소매점 기준 아이스크림 가격이 100~200원씩, 약 20~30%씩 인상됐다.
이유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물가정보가 최근 5년간 가격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아이스크림 재료 가격 상승률은 35.2%에 달한다. 빙과류 제품에서 재료 비중이 가장 큰 설탕과 우유 가격은 2018년 대비 각각 21.5%, 14.7% 올랐다.
편의점은 공급가격에 관계 없이 자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편의점은 아이스크림 가격 동결과 함께 자체 브랜드(PB) 상품 가격도 인하하기로 했다. 다음 달 내내 식품·생활용품 등을 대상으로 반값 할인이나 ‘1+2’, ‘1+1’, ‘2+1’ 등의 증정 행사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급업체는 편의점의 가격 동결이나 인하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편의점에서 가격 할인이나 1+1, 2+1 행사를 할 때도 공급업체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가맹점주 상황을 고려해도 마진을 크게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편의점은 가맹 사업 특성상 가맹점주의 수익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하면 편의점이 전부 비용을 감수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공급업체들이 함께 부담한다”며 “홍보가 필요한 회사라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가격 동결이나 인하도 제조업체들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