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꽂힌 유통기업 총수…2兆 시장 놓고 ‘주도권 전쟁’

입력 2023-06-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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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 미국 와이너리 또 인수…신동빈 회장도 물색 중

와인 수입 유통사 설립한 현대백화점·한화갤러리아
와인 시장 성장세 이끄는 젊은 소비층 공략

유통기업 총수들이 와인에 꽂혔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이어 한화갤러리아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2조 원 규모의 와인 시장을 두고 주도권 전쟁이 시작됐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의 와이너리인 쉐이퍼 빈야드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얼티미트 빈야드’를 인수했다. 얼티미트 빈야드는 나파밸리 아틀라스 피크에 있는 약 4만㎡ 규모의 와이너리이다. 최고 50만 원대 와인인 카베르네 쇼비뇽을 만든다.

이번 인수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주류 전문 유통사 신세계L&B를 설립하고 와인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후 쉐이퍼 빈야드, 와일드푸트 빈야드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달 스타필드 하남에 문을 연 이마트의 ‘와인클럽’ 역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상당히 공들인 점포다. 와인클럽은 와인을 중심으로 최근 인기 열풍인 위스키와 수입맥주 등 국내 최대 구색 수준인 약 7000여 개 상품과 함께 와인 랩, 와인 아로마 등 체험형 콘텐츠까지 도입한 주류 종합 매장이다.

롯데그룹도 와인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인수할 만한 와이너리를 물색 중이다. 지난해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롯데의 와인 브랜드 미주앙 사업을 직접 챙겼으며, 롯데를 대표할 시그니처 와인으로 아르헨티나 와인 트리벤토를 직접 추천하는 등 와인에 조예가 깊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위치한 보틀벙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위치한 보틀벙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마트는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12월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 보틀벙커 1호점을 낸 데 이어 창원, 광주에도 오픈했다. 서울역에도 점포를 낼 예정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보틀벙커 1호점 오픈 후 1년간 매출이 기존 롯데마트 잠실점 와인 매출 대비 6배 증가했다. 이곳에는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고 와인 사업을 강화했다. 그간 현대백화점을 통해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와인 전문 매장 ‘와인리스트’를 열었다. 국내 아웃렛의 와인 전문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유통업계 3사에 질세라 한화갤러리아도 와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간 명품에만 집중하던 한화갤러리아는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사업 다각화를 벌이고 있다. 와인은 그의 아이템 중 하나다. 이달 1일 와인 자회사인 비노 갤러리아를 설립했으며, 유럽, 미국 등 주요 와인 산지에서 특색이 있는 고급 와인을 직수입해 VIP 와인 구독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총수들이 와인 시장에 꽂힌 까닭은 2030 젊은 소비층이 와인의 주 소비 세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와인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용 와인 시장 규모는 1조5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2% 늘었다. 국내 가정용 와인 시장은 올해 1조7000억 원대를 넘어서 2025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위스키, 와인, 수제맥주와 같은 고급 주류 카테고리 위주로 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와인 시장이 고르게 성장했다”라면서 “기존에는 대형 마트나 주류 전문점 위주로 와인을 판매했지만 최근 편의점이나 온라인 주류 픽업 등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손쉬워진 점도 와인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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