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중장기 구조개혁에 '쓴소리'
금매입 목소리 나오자, 사상 첫 금실사에도 나서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그쪽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장기 문제나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를 위한 연구를 더욱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월 24일 한은 본부 재입주를 기념해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창용 총재가 취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한은 총재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취임 초기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 안정에 대부분 업무를 할애한 이 총재는 금리 동결로 돌아선 2월 이후부터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 과제에 관해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 총재의 변화 시도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3월 말 신설한 경제모형실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속 경제전망의 정합성과 정책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내부 전문가들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최근 경제구조 및 여건 변화를 전망과 정책분석에 반영할 수 있도록 모형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각종 대내외 경제적 이슈에 대한 시의성 있는 분석을 위해 다양한 위성모형 개발도 진행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제 모형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고 2~3년을 봐야 하는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대평가에서 박하다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 총재 제안으로 이들을 모아서 중장기 경제모형 개발에 힘을 싣고, 평가에서도 더 공정성을 기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부 재입주 후 첫 공개강좌로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도 주목받았다. 당시 이 총재는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와 인적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실업률, 고용률 등 전통적 지표가 고용 및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현실 적합성이 높은 고용지표를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5월 보고서부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 기존에 공개하던 지표와 함께 현안에 관한 심층 분석과 중장기 연구 과제 등을 포함했다.
지난달 25일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도 파격적이었다. 중장기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부분에 대한 정책 제언 및 쓴소리를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그는 '저성장이 장기화할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5분여간 '대한민국 구조개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쏟아냈다.
더불어 시장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4월 말 16개 은행장과 만나 시장과의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또 올해 들어 안전자산인 금 보유를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자 한은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금실사에 나섰고 "현재 시점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