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위원장 등 전임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활용한 사용자의 노조활동 지배·개입행위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31일부터 4주간 근로자 10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51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면제제도 및 전임자 운영현황을 조사한다고 30일 밝혔다.
1990년대까지 한국에선 관행적으로 노조 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아닌 사용자가 지급해왔다. 전임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일부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됐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도입했으나, 중소기업 노조활동 위축 우려 등으로 13년간 유예했다.
이후 2009년 노·사·정은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도입했다. 노조 전임자의 노조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실제 근로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노조법과 고시에 규정했다. 고용부 고시에 따르면, 조합원 규모별 연간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99명 이하가 2000시간 이내, 100~199명은 3000시간 이내, 200~299명은 4000시간 이내 등이다. 1만5000명 이상 사업장은 3만6000시간 이내다. 가령, 99명 이하 사업장에서 면제자가 4명이라면 1인당 면제시간을 평균 500시간(총합 2000시간) 이내로 분배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 이후에도 노조 전임자 지원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시간 면제제도 관련 부당노동행위 신고는 총 118건 접수됐다. 같은 기간 지방노동위원회 근로시간면제 배분 차별시정 신고도 222건 접수됐다. 주로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해 노조 전임자에 별도 수당을 지급하거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해 비면제자에게 면제시간을 부여하고 급여를 지급한 사례다.
이번 조사에서 고용부는 근로시간 면제자의 급여·수당뿐 아니라, 운영비 지원현황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운영자 지원 범위는 노조법에 규정돼 있다.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노조 유지·관리업무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조활동에 제한된다.
면제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 노조의 자주적 운영·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과도한 운영비 지원은 부당노동행위로서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기업의 노조에 대한 불투명한 지원은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고, 올바른 노사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면제제도 관련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산업현장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및 공정한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현장점검 등 후속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