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에 대한 의료데이터 제공이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혔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개방’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17일 ‘건강보험자료 제공 가이드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국정과제 일환으로 민간보험사 등에 건보공단이 보유한 보건의료 데이터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2020년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법적으로 민간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법제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어도 보험사가 건강·질병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법령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신청에도 건보공단이 승인을 불허해 아직 민간보험사가 건보공단의 데이터를 이용한 사례는 없다.
민간보험사에 데이터 개방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급물살을 탔다. 새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개방’을 제시하면서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0월 가이드라인 방향을 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내용이 정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현장 분위기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노동단체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도 데이터 보험사 제공 및 이를 전제로 한 가이드라인 제정에 반대했다. 가입자격과 진료이력, 건강검진 등 민감함 개인정보가 포함된 건강보험 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가면 가입자에 불리한 상품 개발, 특정 질환 유병자에 대한 가입 거절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들 단체는 보험사에 제공되는 정보가 설사 가명정보라고 해도 각각의 정보를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건보공단에서 개방을 추진하는 보건의료 데이터와 달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넘어가는 정보는 실명정보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청구되지 않은 진료내역까지 확인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협과 병협,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은 17일 공동성명서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에 대해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오히려 국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