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현대차 이어 타사와 협력 가능성
LG엔솔, 현대차와 이달 중 JV 설립 공식화
삼성SDI, GM과 두 번째 북미 공장 짓기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JV) 형태로 북미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가 필요한 완성차 업체와 설비투자 비용이 부족한 배터리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드와 현대자동차와의 북미 JV 외에도 다양한 고객과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SK온은 지난달 말 현대차그룹과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연산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총 5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와 전격 회동하면서 볼보와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의 토마스 잉엔라트 CEO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를 통해 SK온과의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 지역에 가장 많은 공장을 건설·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도 이달 내 현대차와의 북미 JV 설립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이 발표된 이후 미국 현지에서 다수의 메이저 고객사들로부터 추가적인 공급 및 사업 협력 요청이 굉장히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SDI도 지난달 말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의 JV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도 JV를 설립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합작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배터리-완성차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전동화 전환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완성차 업체는 합작법인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는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투자비 분담을 통해 자금 조달 부담을 덜게 된다.
미국 IRA에 대응하는 효과도 있다. 북미 지역의 합작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업체는 합작공장을 통해 생산한 배터리 셀에 대해 첨단 제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받을 수 있고, 배터리 업체는 투자비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윈-윈(win-win)’인 셈”이라며 “배터리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합작모델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