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이요? 당장 국내에서도 어려운데 해외에서 사업할 여력이 있겠습니까" 최근 기자와 만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영업사원'을 자처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나섰다. 이미 포화시장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회사 간 출혈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주 세미나에서 "보험산업은 혁신과 경쟁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라며 "보험산업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환경 변화는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춰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보험사들은 동상이몽이다. 생명보험회사, 특히 중소형사들은 당장 수익 내기도 시급해 장기 투자에 비용을 투자하는 게 녹록지 않아서다.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지산업인 보험업이 현지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고 이 기간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 수년 전부터 이미 준비해온 대형 보험사에만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K-금융 경쟁력’ 바람이 공염불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은 곳간 채우기가 먼저다. 우선 국내에서부터 경쟁력을 만들어준 후에 해외 진출도 기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보단 보험업계 숙원 사업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에 더욱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험사기방지법,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등 안건은 이번 달 법안소위원회에서도 논의되지 못할 전망이다. 펫보험 활성화도 수의사 단체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요양 산업, 공공기관데이터활용 등 어느 하나 진척되고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침체된 국내 보험시장부터 활성화시키는 데 먼저 힘써야 한다. 현 보험산업에서 정부의 해외 진출 외침은 ‘당장 배고픈데, 농사를 짓자’는 얘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