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입김' 세진 가상자산 시장…긴장하는 코인 업계

입력 2023-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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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정무위 법안소위 통과…한국은행에 '자료제출 요구권' 부여
CBDC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돼…코인업계 ‘금융위 이어 한은 눈치까지’
이창용 "골칫거리" 부정적 발언도…이떤 영향력 행사할지 시장 우려

가상자산법이 국회 첫 문턱을 넘으며 가상자산 업계가 한국은행이 갖게 될 자료제출요구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사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의 영향력이 업계에서 상당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향후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어떤 자료를 요구하며, 이를 통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우려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는 지난 25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아직 상임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법안 통과를 점치고 있다.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를 골자로 하는 가상자산법은 한은이 발행하는 CBDC를 가상자산에서 제외하고, 한은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 명시는 금융위의 양보와 국회의 힘 싣기 영향이 컸다.

금융위는 당초 법안에서 CBDC를 제외하고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을 담는 걸 반대했다. 이에 정무위 의원들은 가상자산업 관련 권한을 금융위 테두리 안에만 가두려 한다며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28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금융위가 CBDC는 가상자산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하고 한국은행이 자료요구권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법안에 담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며, “금융위가 암호자산업을 금융위 테두리 안에만 두려고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가 한발 양보하며 가상자산법은 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을 맡은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금융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업하는 게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법안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하여 통화신용정책의 수행, 금융안정 및 지급결제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업자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요구자료도 사업자의 업무부담을 충분히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해야 한다는 단서가 담겼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BDC를 발행하는 한은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자료 제출도 자금세탁이라든가 특금법 관련해서만 금융위 통제를 받게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자료 제출 요구나 조사가 많이 오고 이뤄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코인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부정적 발언 역시 업계의 걱정에 무게를 더한다. CBDC와 비트코인의 지위 경쟁은 가상자산 업계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이창용 총재는 3월 21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이 스위스에서 개최한 국가별 CBDC 도입 추진계획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성인 중 16%가 가상자산 계좌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나의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검사권은 어쨌든 금융위가 담당하니 크게 문제될 거는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가상자산과 CBDC에 대한 한국은행의 스탠스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보고서나 법안 관련 행보를 보면 EU의 MiCA법에 있는 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한은의 본심이 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은이 27일 발표한 ‘2022 지급결제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감독·감시에는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을 주요 책무로 하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에 대한 감시는 지급결제 관련 국제기준(PFMI) 및 한국은행법 체계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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