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렀던 마포구 아현1구역이 재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다만 여전히 주택 공유 지분자에 대한 입주권 부여 여부를 두고 주민과 지자체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향후 사업 추진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아현1구역 예비준비위원회는 이달 18일부터 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를 시작했다. 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해서는 전체 주민의 2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시행사로 참여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제출해야 한다.
예비준비위원회 측은 다음 달 14일까지 동의서를 받아 준비위 구성을 속도감 있게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준비위가 구성되면 향후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아현1구역은 아현동 699번지 일대 10만5609㎡로, 재개발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9층, 총 3115가구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앞서 이곳은 2003년 아현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공공재개발은 장기간 정체된 구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 등 공공시행자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일반 민간재개발(75%)보다 주민 동의율 조건(66.7%)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용적률 역시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일 수 있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기여 해야 한다.
다만 사업 지연 요소로 꼽히는 공유 지분자에 대한 입주권 부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현1구역 주택 공유 형태는 지하층을 여러 명이 공유하는 ‘연립·협동주택 지하 공유’, 지하층은 존재하지만 등기상 지상으로 공유된 ‘연립·협동주택 지상공유’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마포구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공유 지분자에 대해서는 입주권은 한 명만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한 주택의 경우 지하층에 네 명의 독립 가구가 존재하는데, 등기상으로는 4명이 공유 지분자로 설정돼 있어 입주권은 이 네 명 중 한 명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아현1구역 대표 조합원 약 2250명 가운데 공유 지분 소유자는 약 950명에 달한다.
주민들은 과거 1980년 분양 당시 독립된 가구로 분양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임차, 매매 등 소유권에 따른 권리행사도 각자 가능한 데 입주권은 하나만 준다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주민 동의서 역시 공유 지분의 경우 모두에게 받아야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애로 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현1구역 예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주민 동의서를 100개를 받아도 유효한 동의서는 3~4개에 불과하다”며 “공유 지분 문제는 나중에 이주나 철거에서도 다 문제가 된다. 구청이 수년간 바로잡지 않아 생긴 문제인데 해결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마포구는 최근 서울시와의 조례 해석을 근거로 모든 공유 지분자에 대한 입주권 부여는 어렵다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마포구 관계자는 “최근 공유 지분을 포함해 분양자격과 관련해 서울시와 법률 검토를 마치고 SH에도 회신했다”며 “공유 지분의 경우 입주권은 대표자 1명에게 주어진다. 비단 아현1구역을 떠나 전 구역에서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조례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해 SH 관계자는 "서울시 유권 해석에 따르면 공유 지분 중 대다수가 입주권 자격 부여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강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