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X사와 인연을 맺은 첫해에는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취업규칙을 정비하고 근로계약서를 업데이트하고 현행법과 맞지 않은 이런저런 관행들을 개선했다. 그 후 평화롭고 무탈한 2년을 보냈다. A 대리가 퇴사하기 전까지. A 대리 퇴사 후 새로 온 B 대리가 6개월 후 퇴사를 하더니, 그다음 C 대리는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인사도 없이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D팀장마저 탈출했다(팀장 본인의 표현이다). 마침내! 한 퇴사자가 최저임금 미달로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2018년도에 사용하던 양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고정연장수당을 최대치인 월 52시간으로 잡은 탓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사수도 없습니다. 빠른 손절이 답일까요?’라거나 ‘전임자로부터 USB 하나 달랑 받았는데 쓸 만한 것은 주변 맛집 정보뿐이더라’는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책임감이 없어서, 평판조회 따위 중요치 않아서, 심지어 회사에 대한 복수심으로 후임자에게 지옥을 안겨주고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수인계를 관리의 영역으로 인식하지 않고 전임자와 후임자 간에 알아서 잘 하면 될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A-B-C 대리로 이어지는 인수인계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지며 점차 허술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C 대리는 혼돈과 불안의 3개월을 겨우 버티다 떠났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착오들을 바로잡느라 지쳐버린 D팀장까지 줄퇴사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퇴사가 몇 차례 반복되면 문제 해결보다 책임 전가에 조직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당연히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인수인계는 전임자와 후임자 둘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인수인계 과정 전체를 관리하는 감독자가 있어야 하고, 절차와 방법은 표준화되어야 한다. 전반적인 업무 개요만 나열한 인계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무기술서를 작성하고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과업별 중요도, 우선순위, 발생 빈도와 주기, 추진 과정의 히스토리, 미결 사항, 관련 문서의 위치, 필요 자원의 연결, 실수 위험이 높은 요주의 업무가 명시되도록 표준화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업무 안정성을 넘어 경험이 전달되는 인수인계에 필요한 것은, 전임자의 선의와 후임자의 명민함이 아니라 누락이 없도록 설계된 매뉴얼과 관리자의 참여이다.이소라 노무법인 정상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