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주요 소재인 전해액 생산 기업인 후성이 최근 재고 부담으로 주요 공장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후성 외 다른 전해액 생산 기업들도 재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전해액 재고 누적이 단기적으로는 실적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나 향후 실적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후성은 전 거래일 대비 8.54%(1390원) 하락한 1만489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약세를 보였다.
내림세는 육불화인산리튬(LiPF6) 생산 중단공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공시를 통해 후성은 울산공장에서 LiPF6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후성 측은 “전방 전해액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당사 재고 증가 및 원가 부담 감소를 위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정기 보수를 병행한다”며 생산 중단 사유를 밝혔다.
LiPF6는 이차전지 효율을 높이는 전해질의 원재료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다.
후성 울산 공장의 향후 생산재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시에서 후성은 “당사 재고 소진 및 원가 부담 개선에 따라 생산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재고도 크게 늘었다. 작년 말 기준 후성의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100억 원이다. 2020년 295억 원, 2021년 620억 원으로 최근 3년간 급증해왔다.
재고자산은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보유 중인 자산을 말한다. 판매 목적으로 보유 중인 상품, 생산과정에 있는 재공품과 반제품, 생산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소비되는 원재료와 저장품 등으로 구분된다.
후성뿐만 아니라 전해액 생산기업들의 재고자산도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천보 재고자산은 2020년 359억 원에서 지난해 861억 원으로, 솔브레인은 654억 원에서 1134억 원으로, 엔켐은 277억 원에서 1276억 원으로 늘었다. 전해액이 전체 매출의 10% 비중을 차지하는 동화기업 역시 재고자산은 2020년 940억 원에서 2021년 2052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최근 LiPF6 원료인 탄산리튬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kg당 581.5위안(약 11만938원)이었던 탄산리튬 가격은 14일 kg당 174.5위안(약 3만3291원)까지 하락했다.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의 더딘 회복세와 리튬 가격 급락으로 양극재·배터리 제조사들이 리튬 구매를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리튬 가격 하락이 가속하고, 전해액 수요도 줄어들면서 재고 누적 등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 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재고 자산 누적이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해액 기업은 원자재 가격의 판가 전가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1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에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리튬 가격 급락 국면에서 전해액 기업들은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가파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