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 발행 급증하고 장기채 발행은 줄어
일본 기업들이 단기 채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리 취임을 기점으로 일본 금융완화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서둘러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 1일~2023년 3월 31일)에 만기가 5년 이하인 일본 회사채 발행액은 7조4000억 엔(약 73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21회계연도 발행 규모 5조7000억 엔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이제까지 전례 없는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만기가 5년 이하인 회사채 발행은 올해 3월 31일까지 1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반면 이 기간 5년 이상 일본의 장기채권 발행액 5조40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38% 넘게 줄어 2015회계연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단기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우에다 신임 총재가 취임하면서 일본은행이 지난 10년간 고수해온 초완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정책 기조 변화가 생긴다면 장기 채권에는 큰 타격받을 수 있다는 시장의 관측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첫 경제학자 출신인 우에다를 신임 총재로 지명했다. 그동안 일본은행 총재는 관료 출신 인물들이 맡아왔다는 점에서 일본 안팎에서는 '깜짝' 인사로 평가됐다. 특히 일본 금융권에서는 총재 교체를 계기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그의 지명 소식에 라쿠텐과 닛산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의 단기 어음 발행이 179%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