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의 일본 의존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본 소부장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반도체 산업을 일본 의존적 구조로 되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받은 '연도별 반도체 관련 소부장 수입액'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소부장 전체 수입액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38억 달러(약 18조2000억 원)에서 189억 달러로 37%가량 증가하는 동안 일본에서의 수입액은 47억4200만 달러에서 47억1000만 달러로 줄었다. 수입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에서 24.9%로 약 10%포인트(p) 낮아졌다.
2019년까지 수입 비중 1위였던 일본은 2021년부터 2년 연속 네덜란드에 1위를 내줬다.
반도체를 포함한 '100대 주력 소부장 품목'을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일본의 비중은 32.6%에서 21.9%로 낮아졌다. 2위 중국의 비중은 14.5%에서 19.3%로 다소 높아졌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한국의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이후 정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소부장 산업을 자립화시키려는 정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소부장 산업에서 일본의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국내에 대거 유치할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 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며 30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직접 국무회의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일본 반도체 업체 유치계획'에 대한 임 의원실의 질의에 "일본 기업의 투자 관심 조기 조성 등을 위해 올해부터 맞춤형 유치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반도체 소부장의 대일 의존도를 다시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부장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도 삭감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배정된 '소부장 모태펀드' 예산은 300억 원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정된 600억 원에서 반 토막 났다.
임오경 의원은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은 제조업의 허리이자 경쟁력의 핵심요소"라며 "무분별한 일본기업 유치보다 국내 기업의 자립과 발전이 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