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한국 경제만 부진을 면치 못하는 ‘디커플링’이 계속될 조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6% 성장하는 반면 한국 경제는 1.6%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직전 전망이 나온 지난해 11월과 견줘보면 세계 경제는 0.4%포인트 상향조정됐고, 한국 경제는 0.2%포인트 하향조정됐다.
한국 경제 전망치 하향 퍼레이드는 OECD만의 일이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해 말 기존 전망치보다 0.7%포인트 내린 1.2%를 예상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초 0.3%포인트 하향한 1.7%를 제시했다. 주요 투자은행(IB) 관점도 다르지 않다. 주요 IB들의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그친다.
한국 경제의 부진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반도체 경기 하락과 대중국 수출 부진이다. 우리 무역수지는 12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역시 1월 들어 45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1980년 1월 통계집계 이래 역대 최대 적자를 보였다. 환부는 알아도 뾰족한 처방은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앞으로 어찌 호전될지도 점치기 어렵다. 올 한국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이 기우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걱정거리는 더 있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짧게는 10년 내 0%대로 떨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0%대 도달 시점을 보면 OECD는 2033년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30년대 초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40년대를 점찍는다.
한국 경제는 기적에 가까운 성장의 역사를 써 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제1회 상공의 날이 열린 1974년부터 50년 동안 우리 국내총생산(GDP)은 85.2배 상승했고 수출 총액은 153배 급성장했다. 지난 50년 동안 기업이 만든 양질의 일자리만 따져도 1706만 개에 달한다. 우리 기업이 GDP에 기여한 비중 또한 20%로 다른 주요국(미국 10.8%, 일본 16.6%, 독일 12.1%)보다 높았다. 그런 기록을 쌓아온 나라의 성장률 지표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것은 기업 환경에 크게 손볼 것이 생겼다는 뜻이다. 반도체, 중국만 살필 계제가 아니다. 그 무엇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밝은 눈으로 살필 일이다. 눈이 어두워 화근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우선 기업 발목을 잡는 온갖 규제만 시원하게 도려내도 국가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