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USDC 준비금 33억 SVB에 예치…뱅크런 우려로 한때 디페깅 발생
가상자산 업계, SVB 파산 리스크는 적어…중장기적 유동성 위기는 우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주로 거래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 디페깅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 당국의 개입으로 상황은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유동성 및 신뢰에 관한 문제는 지속 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총 2위인 USDC가 미국의 벤처 전문 은행 SVB 파산으로 11일 한때 약 0.88달러까지 가치 연동에 실패했다. 12일(현지시간)에는 또 다른 친 가상자산 은행인 시그니처 은행 역시 폐쇄하는 등 위기감이 맴돌았지만, 미 정부가 SVB와 시그니처 은행 예금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USDC 가격은 이날 오전 8시께 0.99달러대를 회복했다. 디페깅(depegging)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앞서 USDC의 발행사 서클이 400억 달러 규모의 USDC 준비금 중 약 33억 달러를 SVB에 예치했다고 밝히면서 디페깅이 시작됐다. USDC가 그 가치를 달러화와 1대1로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인 만큼, 준비금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USDC 사태는 가치가 사실상 0원이 된 테라·루나 사태와는 차이가 있다. USDC의 준비금 77%가 1~4개월 단기 미 국채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바닥 가격은 사실상 0.77달러로 인식된다.
정혜원 쟁글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위축,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 회피에 따른 추가적인 리스크 발생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 구조가 안전한 대형 은행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 파산이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교수는 “원래 스테이블코인이 금리 상승기에 조금 위험했을 수 있었던 부분과 SVB 사태의 영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이) 규제가 없는 공백을 이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나오면 영업을 그만두거나 규제를 따르는 방향으로 사업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미 당국이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 USDC 붕괴 리스크는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련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달러화와 가상자산을 연결해주던 은행들이 연달아 무너진 만큼,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과 신뢰도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