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공방의 1라운드 격인 가처분 신청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을 중심으로 한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공개매수로 확보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을 오는 6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온전히 지배하기 위해 주주총회 준비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을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카카오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 등 발행을 금지하도록 한 법원 결정이 나오자 즉각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됐다”고 입장을 냈다.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이브는 지분확보의 부담을 덜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확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주주제안을 통해 제시한 경영진 교체를 성공시켜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방시혁 의장이 직접 CNN과 인터뷰를 통해 주주총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주주제안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서도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이브가 제시한 새 이사진은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 등이다. 이들 3명과 사외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비상임감사 1명 등 총 7명을 후보로 세웠다. 정 CLO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라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3명에 대해서는 “면면을 봤을 때 SM 3.0이 추구하는 전략 방향성을 실행시킬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이 미흡하다”며 “SM을 제대로 바꿔나갈 능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럴 자격이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는 법원 결정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짧게 밝힌 뒤 장고에 들어갔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05%를 확보하는 방안이 무산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투자유치 등으로 확보한 실탄을 바탕으로 지분싸움을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미래를 고려하면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가 우려되는 공룡 엔터 기업의 탄생을 손 놓고 보기는 어렵다.
주식 공개매수 등을 위한 물밑작업이 대부분 완료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호 지분 확보 싸움도 치열하다. 16일 2.9%, 28일 4.56% 지분을 확보한 ‘기타법인’이 카카오의 우호 세력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이브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갤럭시아에스엠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1%를 매수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635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밝히고 지분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자사주는 24만1379주로 전체 주식의 1.01% 수준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지분 9.05%를 9만 원대에 확보할 기회를 잃으면서 비용적 부담이 더 커졌다. 카카오가 1주당 14만 원으로 40% 지분을 공개매수 할 것으로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 약 1조3300억 원이 투입돼야 한다. 이전보다 1000억 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는 법원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향후 의결권 확보를 위한 여론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비정상적인 의안을 가결한 하이브의 이사회가 대주주에게만 충실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하이브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또다시 대주주만을 위한 SM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비판 강도를 높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