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전시는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충청지방은행)’의 초석이 될 대전투자청의 연내 설립을 목표로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했다. 22일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은행 설립방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했다.
기업금융 중심 은행은 방위산업과 나노·반도체산업, 항공우주산업 등은 물론 관련 산업의 유망한 기업을 육성하는 금융사다. 대전시는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을 보유한 지식집약 도시 대전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맞춤형 벤처투자 전문 금융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은행 설립 전 단계로 연내에 대전투자청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타당성 검증에 통과하면 조례를 제정하고 공적자금 500억 원 외에 민간자본을 유치한다. 이후 기업금융 중심은행 설립 전까지 5000억 원 이상의 공공펀드를 조성해 나노 반도체, 바이오 등 시 전략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기술력을 갖춘 지역 기업에 저금리 여신도 제공하게 된다.
용역을 맡은 이와이(EY)컨설팅은 상반기 중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수립할 계획이다. EY컨설팅은 △기업금융 특화 특수국책은행 신규 설립안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 등 일반은행 신규 설립안 △공공기관의 특수은행화 검토안 △현 시중은행 기반 활용안 등 네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금융 중심은행 설립이 급물살을 타면서 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충청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보스턴식의 맞춤형 금융지주가 대전에 필요하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기업금융 중심은행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 모델에서 벤치마킹했다. SVB는 1983년 실리콘밸리 내 혁신 벤처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설립 이후 3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에 직·간접 투자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성공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현재 미국 전체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벤처기업의 50%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자산 총계는 262조 원, 순이익은 2조3000억 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원점부터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충청 지주 혹은 보스턴식의 지주, 이런 얘기를 대통령이 했다”면서 “금융투자회사나 디지털 플랫폼적 관점에서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이 설립된다면 과점성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아주 원점부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 의원은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은행은 금융지주사의 과점체제 해소와 국내 벤처 생태계 확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전문은행 설립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