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강조한 이창용 한은 총재...“금리 인상 끝난 건 아니야”

입력 2023-02-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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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기준금리 인상ㆍ동결 결정 주요소는 '물가 경로'
한미 금리차, 환율도 고려 대상이지만 물가처럼 크진 않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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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3일 일곱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했지만, 이창용 총재가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한 만큼, 물가와 미국 긴축속도 등에 따라 언제라도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도 당분간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동결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가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5%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3%대 중반은 유지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만큼 올해도 고인플레이션 흐름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올해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 지난해(5.1%)를 제외하면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중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책여건 불확실성도 높아 기준금리의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경로로 가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바꿔 말하면, 3월 이후 물가 상승률 둔화를 전제로 금리를 동결했는데 실제 물가 흐름이 이 전망 경로를 벗어날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한은은 물가 향방에 영향을 미칠 주요한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를 꼽았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물가를 높이는 부정적 요인은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2분기를 넘어서면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봐야한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1.25%포인트(p) 격차로 역전돼 있다. 이미 22년 만에 최대 역전 폭인 데,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p 이상까지 벌어진다.

특히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는다면 2%p로 격차는 더 커진다. 그만큼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와 관련해 “변동환율제하에서 특정 적정수준은 없다”면서 “기계적으로 몇%포인트면 위험하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없다.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요인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관련해선 “환율이 물가 경로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면서도 “1300원이나 1400원 등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외환위기 등을 언급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다. 환율 상승을 과거처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정 수준을 목표하기보다 이번 불확실성 속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이라는 평가”라며 “기대인플레이션 제어와 함께 이번 동결 결정으로 인해 시장이 과도하게 인하 전망으로 쏠릴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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