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적은데 청 만드는 건 정치적 퍼포먼스"
"文정부 때도 제기됐지만 부적절하다고 판단"
"대통령 우주위 내 사무국으로 부처 조율 충분"
대통령실 "전문가·공무원 모인 조직이어야 효율적"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우주경제 로드맵의 주축인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이 5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1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청급 행정기관 신설은 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본지에 “민주당에서 우주항공청을 청이 아닌 국급 정도로 낮추라는 입장을 전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 형태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별법을 통해 공무원들 외에 민간 전문가들을 들여 전문성과 정책 집행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주개발은 현재 청 단위 기관을 만들 정도의 사업 가짓수가 없고, 지금은 전략을 짜고 과기부·국방부·국토교통부·방위사업청 등 각 부처 간 협력·조정 기능이 필요한 것”이라며 “사업이 없어 예산도 인력도 얼마 안 나오는데 청 단위 기관을 만드는 건 형식적이고 정치적 퍼포먼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하려는 게 전문가들을 별도 채용할 근거를 만들려는 건데 사업 규모로 봤을 때 그렇게 크게 가져갈 이유가 없다”며 “차세대 발사체나 달·화성 탐사 등 발굴할 수 있는 사업들도 장기과제이고, 수요가 많은 안보·첩보위성은 비닉사업(비밀사업)이라 청 단위 행정기관이 다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주경제 로드맵은 주로 장기과제들이라 당장 할 사업이 없는 건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2032년 달 자원 채굴·2045년 화성 탐사를 목표로 5년 내 예산을 2배로 늘리고 2045년에는 100조 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또 발사체나 위성의 경우에는 국방부에서 기밀로 다루는 비닉사업인 만큼 집행이 주요기능인 청 단위에서 다루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인 전반기 국회 과방위 당시에도 과기부가 우주청 설립안을 내놨는데 같은 이유로 청 단위 기관을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었다”며 “필요한 건 대통령 소속인 국가우주위원회 내에 사무국 역할인 우주전략본부를 만들어서 대통령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부처 간 협력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스스로 우주위원장을 맡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이끌도록 격상시킨 우주위에 부처 협력 조율을 맡을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주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도록 하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은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이 이끄는 우주위와 우주항공청이 함께 해야 효율을 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준배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장은 지난달 31일 ‘2023 미래 국방기술·전략 포럼’에서 “정책 조율은 한 부처가 하기 힘들어서 우주위원장을 대통령이 맡아 우주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우주항공청은 과기부 산하에 둬야 정책 집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같은 취지에서 “우주산업은 여러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 이것을 현실적으로 다듬을 관료들이 함께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모인 조직을 만들어야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우주항공청을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건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당에서 나온다. 과방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본지에 “우주개발은 이제 자리를 잡아가야 할 초기 단계인 만큼 자유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과기부 외청이 적합한 형태”라며 “섣불리 대통령 소속으로 두면 오히려 다른 국정과제들에 뒷전으로 밀리거나 성과가 부진하면 대통령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