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GDP는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는 중국 비중이 55%(2022년)로 매우 높고, 자동차는 미국 비중이 40%를 차지한다. 핵심품목 수출이 미·중에 편중돼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IT제품과 자동차 수출비중이 동시에 크게 높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원자재 및 중간재를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수입하고 있다. 분절화가 심화할 경우 생산 차질 및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분절화는 경제·안보 측면에서의 전략적 고려 등으로 세계경제 통합의 정도가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수출 측면에서 중국 또는 미국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각각 최대 1500억 달러(188조 원), 1100억 달러(138조 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무역·기술 분절화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의 경우 분절화에 따른 기술제휴, 시장진출 기회 등 긍정적 측면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악화, 고용위축 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다"면서도 "지역별‧품목별 다변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는 거시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각과 대응을 요구한다"며 "거시적으로 팬데믹 이전과 달리 공급능력 제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와 경기 간 상충관계(trade-off)가 확대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재편이 성장 잠재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산업 측면에서는 그간 중국 특수로 인해 지연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지리적‧품목별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분절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 요인이 맞물려 있는 만큼 민·관이 협력해서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기술·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논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